이경현 정신보건사회복지사(김제 신세계병원)
똑똑! 사업장 문을 두드린 지 벌써 수십 번째, 노크하는 내 손은 처음인 것 마냥 잔뜩 긴장해 있다. 찾아온 용건을 말하고, 인사담당자를 찾았다. 귀찮은 표정의 여직원이 마지못해 일어나 안내해준다. 그가 가리킨 곳에 앉아 5분 정도 기다린다. 입사 면접 볼 때처럼 몸이 잔뜩 긴장했다.
"무슨 일이시죠?"
느즈막히 나타난 인사담당자 표정이 심드렁해 보인다. 조금만 시간 내서 얘기 좀 들어달라고 말을 꺼내놓고 보니, 마치 보험외판원 같다. '괜찮아 잘 하고 있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힘을 내본다.
"알코올 의존 환자들의 직업재활을 위해서 연계가 가능할 지 알아보려고 왔습니다. 저희 병원은 재활을 위해 낮에 일하고, 저녁에는 입원하여 치료받는 밤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비록 병원에 계시지만 다들 성실하시고, 일도 정말 잘하시는 분들……."
혹시라도 중간에 일어설까봐 숨도 쉬지 않고 설명하는데, 담당자가 기어이 말을 자른다.
"알코올 환자가 어떻게 일하겠어요? 일반인들도 힘든데 말예요. 어렵겠네요."
인사담당자는 더는 들으려고 하지 않고 나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알코올 의존 환자들의 직업재활을 위해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몽땅 차에 싣고 수 십 곳의 사업장을 돌아다녔다.
제발 한 군데서라도 동의해 주길 조바심 내며 돌아다니길 6개월가량 됐을 때다. 사업장 한군데서 환우 한 명을 추천해 보라는 연락이 왔다. 쾌재를 부르며 평소 성실하기로 소문이 난 병수씨(가명)를 데리고 해당 사업장에 갔다. 면접을 본 담당자는 당장 다음날부터 출근하라 했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내가 취업이 된 것 마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입원해 있던 7개월 동안 병원에서 출퇴근 하던 병수씨는 퇴원 후에는 정식직원으로 채용도 됐다.
"선생님! 이제야 비로소 환자가 아닌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아요. 술 때문에 곤두박질쳤던 제 자존심도 살아나고요."
다행히 첫 사업장이 개발된 이후 다양한 사업장에서 문의가 있었다. 10여명의 정신장애인이 고정취업을 하게 됐다.
알코올 의존 환자의 직업재활을 위해 사업장을 다니다보면, 우리 사회의 정신장애, 특히 알코올 의존 환자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의지가 약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몰아 부칠 땐 때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 낙인이 알코올 의존 환자들로 하여금 홀로서기를 포기하고, 사회의 그늘에서 어둡게 살아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열변을 토하곤 한다. 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라도 직업재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이다.
사업장이 열린 마인드로 일할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그들은 스스로의 존엄을 찾게 되고, 단주를 유지할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제발 그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사업장의 문을 힘껏 두드린다.
※ 이 캠페인은 전라북도·전북일보·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가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 이경현 정신보건사회복지사(김제 신세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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