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 확보 보다 홍수 방지 역할 최우선 고려 건설
여름철 쏟아지는 장마와 태풍, 그리고 긴 건조기 등 일본이 갖고 있는 기상조건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산악지대가 많고 하천의 경사가 심해 댐 건설을 통한 물 관리의 필요성은 진즉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용수 확보와 홍수 방지 등의 목적으로 일본 전역에 2600여개가 넘는 댐이 건설돼 있다. 최근에는 노후된 댐의 해체가 진행되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댐은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본보는 용담댐 건설 10년을 맞아 지역과 상생하는 댐, 효율적인 댐 관리 방안 등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본의 댐관리 정책과 실제 댐의 관리에 대한 취재를 해 다섯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정책실장이 동행, 전문가로서 조언을 하고 도움을 줬다. 또 이효진씨가 일본 현지 취재 일정을 섭외하고 통역을 맡았다.
▲댐을 찾아가는 멀고 험한 길
일본에서 댐을 찾아가는 여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대부분 댐이 강의 상류에 설치돼 있어 기차를 타고 산을 넘고 터널을 지나기를 수시간 동안 해야 댐을 만날 수 있었다. 이처럼 댐이 상류에 집중된 것은 하천 등의 경사가 급해 중하류에 댐이 위치할 경우 홍수방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댐과 달리 일본의 댐은 홍수방지 목적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또 하천의 경사도가 커 비가 내리면 급류를 이루고 이내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댐의 건설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으며, 상당수의 댐이 수력발전을 위해 쓰이고 있다.
상당수 댐은 가파른 협곡의 양 옆 산을 이어 만들어졌다. 용수는 여름철 내리는 비와 초봄 산에 쌓인 눈이 녹으면서 보충되고 있다.
댐이 상류지역에 위치하다보니 수몰민의 수도 많지 않고, 수몰에 따른 마찰도 비교적 큰 편이 아니었다. 1만2000여명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은 용담댐과 달리 일본에서는 댐 건설로 인한 수몰민이 적게는 수십명에 달하기도 했다. 또 상당수 댐이 하천의 상류, 산악지대에 위치하다보니 댐 상류에 사는 주민의 수가 적고 자연히 오염원 역시 적을 수밖에 없는 게 또 하나의 특징을 이루고 있었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점은 일본 댐의 건설기간은 최소 30년에서 많게는 100년이 넘게 걸린다는 점이다. 용담댐이 10여년 만에 건설된 것에 비하면 느려도 한참 느린 셈이다.
이에 대해 일본의 댐 관계자들은 "주민에 대한 보상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기후현에 있는 도쿠가와댐은 1955년에 계획돼 2008년에 완공됐다. 주민과 의견을 맞추는데 20년, 주민 각자의 의견을 조사해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20년, 댐을 건설하는데 10년이 걸렸다는 게 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본 전역에 2800여개의 댐
일본 전역에는 2009년 3월말 현재 2679개의 댐이 건설돼 있고, 신규로 건설되는 댐 166개를 더하면 모두 2845개에 달한다. 댐의 목적별로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댐이 1652개로 가장 많고 홍수조절·농지방재 기능을 하는 댐이 860개, 발전용 댐 657개, 상수도용수 618개, 불특정용수·하천유지용수 555개, 공업용수 171개, 소류설용수 댐(눈을 녹이기 위한 댐) 7개, 레저용 댐 3개 등이다.
댐의 저수량은 많지 않다. 용담댐 저수량이 8억1500만t인데 비해 일본 최대의 댐이라는 구로베댐의 저수량은 2억t으로 큰 격차를 보인다. 대부분의 댐이 수천t 정도에 머무는 등 일본의 댐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의 흐름을 따라 작은 댐들이 잇따라 설치돼 있는 구조를 띄고 있다.
일본의 댐 정책은 1997년을 기점으로 크게 바뀐다. 이 해 5월 제정된 하천법은 지역사회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천정비계획 제도를 개편하고, 갈수의 조정을 위한 법적 장치를 도입하는 등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또 2000년 4월에는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이 1급 하천의 직할구간에 대해서도 생태계 보호 등의 하천환경 보전, 친수호안의 정비 등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개정하면서 또 한 차례 변화를 겪게 된다.
▲일본 댐의 과제
일본의 댐은 대부분 건설한지 30~50년이 됐고 100년이 훨씬 넘은 댐들도 많다. 관리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일본댐의 과제는 기존에 건설된 댐을 잘 활용하자는 것과 오래된 댐의 수명을 늘리자는 것이 대표적이다. 환경파괴 등의 이유로 신규댐의 건설보다는 기존 댐의 활용 극대화가 주된 과제가 되는 것이다. 또 댐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댐과 홍수방지 등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댐 하류 하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하천유지용수를 적절하게 보내는 것 역시 고려할 사항이고, 댐 내부에 쌓이는 모래 등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당국은 정보공개를 원활하게 하고 댐이 안고 있는 문제와 과제를 적극적으로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댐 관리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성 관계자는 "(일본의) 댐은 홍수방지를 위한 기능이 가장 크지만 댐 건설로 인한 용수확보 등 긍정적 측면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수질보전과 강 하류의 용수 유지를 위한 노력도 관계기관과 협의 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사가 급해 하천은 급류를 이루는 경우가 많아 일본 사람들에게 하천은 친숙한 공간이기보다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곳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컸다. 일본의 댐관리사무소들은 댐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 뿐 아니라 하천이 안전하고 친숙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에도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 홍보의 이면에는 댐의 건설로 하천이 안전한 곳으로 바뀌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 댐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댐 카드는 전국의 댐을 돌며 이를 모으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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