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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가장, 아내·아들 둘 살해후 자살

단칸방 월세 15만원 못 내고 각종 채무에 시달려 '생활고끝 극단적 선택'

부모가 자식을 죽음이라는 벼랑끝에 내모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리사회에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월 3일 정읍에서 발생한 일가족 투신자살 사건에 이어 또다시 18일 전주에서 일가족 살해사건이 발생, 가족에 대한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부모가 자녀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 '내가 뿌린 씨앗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9일 오후 9시께 전주시 서서학동 소재 단칸방에서 남편 김모씨(31)와 부인 박모씨(31), 그의 아들 2명(9·10) 등 일가족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김씨의 장모와 이웃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조그만 단칸방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방바닥과 침대, 베게에 혈흔이 가득했던 단칸방엔 김씨가 옷걸이에 목을 메 숨져 있었고 부인 박씨와 두아들은 침대 위에 반드시 누워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둔기로 부인을 살해한 뒤 이를 지켜본 아이들도 목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이웃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김씨는 엘리베이터 관리 기사로 일해 오다 박봉에 힘들어 했으며, 이마저도 체불이 지속되자 지난 8월 회사를 사직했다.

 

이후 김씨는 각종 채무 독촉에 시달려왔고 이를 반증하듯 소지했던 핸드폰에는 캐피탈과 파이낸셜 등 3금융권에서의 채무 변제 독촉 문자가 가득했다.

 

김씨는 두자녀의 학교 급식비눈 물론 자녀의 학원비도 5개월째 연체했으며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15만원인 단칸방 방세 조차도 2달째 밀리는 등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박씨는 우유배달 및 보험사 직원으로 근무하며 맞벌이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무직으로 생활해 왔다.

 

특히 김씨의 부모나 처가집도 경제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줄 수 없던 상황에서 김씨는 기본적인 생활비조차 대지 못할 정도였다는 게 이웃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이유로 김씨와 그의 부인 박씨는 잦은 다툼을 벌이게 됐고 급기야는 지난 18일 밤 10시께 일가족 살해 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초에는 전주시 인후동 A아파트에서도 두살배기 아이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로 발견됐고 다음날 부모와 딸(3)이 정읍 소재 아파트 공사현장 13층에서 동반 투신해 숨진 상태로 발견됐었다.

 

박주호 전북지방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은 "우리사회에 자녀들이 부모의 소유라는 가부장적 인식이 강하다보니 내가 처한 처지를 자녀도 동일하게 처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죽자'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것 같다"며 "아무리 부모라해도 자식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으며, 또한 이같은 사건을 줄이기 위한 특별한 대책도 없는 상태로 사회적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높이기 위한 인식 전파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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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모 kangm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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