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누구나 어디를 간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그 곳이 가깝든 멀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새 의회가 구성된 후 첫 해외연수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떠나는 날 공항에서 '도의회, 동남아에 배울 게 그리 많았나' 기사를 스마트폰에서 읽고 우리 일행은 매우 난감해 했다.
의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해외연수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모범적인 연수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3년전 교육복지위원 때 테마연수를 제안하여 사전 전문가 강의를 듣고 독일과 북유럽으로 환경과 복지 연수를 실시한 적이 있다. 개인비용 추가와 장시간 비행에 따른 부담이 있었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사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일본을 택한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저예산으로 짧게 다녀올 대상으로 적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홋카이도 행정의 전반에 대한 이해를 위해 북해도청을 방문하여 환경과 복지행정 담당자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우리는 민주당정권교체 이후 변화가 궁금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원분담 문제와 민관 거버넌스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예정시간을 30분 넘겨가며 열띤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삿포로 리사이클단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회수하여 압축한 후 공장으로 보내 칩이나 시트, 석유로 재생하는 곳이다. 전주자원순환특화단지를 건립 중인 상황에서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항구도시인 무로란시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노인요양시설은 120명이 넘는 대규모 시설이면서도 10명씩 소그룹으로 나누어 생활하면서 최대한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느낀 것은 역시 일본이 우리보다 한 발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홋카이도청 보건의료계획의 목표는 '도민 개개인의 건강을 위하여'이다. 우리와 비슷한 선별복지국가인 일본이 보편복지국가에서나 있음직한 행정목표를 내세우고 개개인까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홋카이도청 환경행동계획은 도민 한사람 한사람의 사계절 실천 행동을 호소하고 있다. 홋카이도청이 도민 각 개인에게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자각시키고 실천행동에 옮기도록 호소한 것은 매우 인상적인 일이다. 그것이 실제 얼마나 개인생활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없어도 행정의 계획과 목표를 시민들과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진일보한 일이다.
짧은 연수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못할 것이다. 연수를 통해 문제의식을 갖게 되고 앞으로 여러 과제들을 고민하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불분명한 해외연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한편으론 연수프로그램 구성의 한계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행사에만 의존해서는 좋은 연수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 이번 연수도 전라북도 동경사무소의 노력이 없었다면 매우 빈약했을 것이다. 좋은 연수를 위해 전문연수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은 훌륭한 대안이다.
의회 스스로의 자성과 함께 유익한 해외연수가 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는 해외연수 논란이 벌어지지 않기를 절실히 소망한다.
/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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