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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장엽에 대한 철학적 오류

심용식  ((사)시대정신 이사·자유주의 전북포럼 대표)

 

11월1일자 전북일보 칼럼에 쓴 전북대 송기도 교수의 '황장엽과 무개념공화국'이란 글을 읽고 송교수의 황장엽 망명사건에 대한 지식의 부족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글의 내용에서 도덕적 가치판단을 잘 못하는 철학적 병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황장엽 선생이 이상적 공산주의를 인위적으로 만들려하였던 그의 설계주의적 이상주의 철학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선생의 주체사상과 행적을 이해하고 있는 대로 요약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그의 인간중심주의 철학은 옛 소련과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사대주의와 교조주의를 반대하고 순수한 맑스 레닌주의를 북한에서 현실적으로 맞게 창조하여 보고자 1960년대 말부터 만들어 낸 철학이 북한의 주체사상이다. 그러나 '사회운동의 주체는 인민대중'이라는 명제로 시작한 주체사상(북한식 이상적 공산주의)이 북한 통치자들에 의해서 '인민대중의 입장이 곧 수령의 입장'이라는 계급주의, 전체주의, 봉건주의를 결합한 '수령 독재 절대주의'로 변질되어갔다. 북한의 주체사상이 황장엽과 그의 추종자들에 의한 인민 대중 중심의 사회주의 운동과 북한 통치자들에 의한 수령독재주의로 갈라져서 갈등하고 있다가 북한 주민을 굶겨 죽이는 수령절대주의에 반대하여 1997년 자신의 가족과 추종자들의 희생을 무릅쓰고 망명하여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반민족적 반인륜적 정권이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망명 이후 황장엽 선생은 북한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북한인권, 북한민주화운동의 선두에 서서 다메석에서 거듭난 사도 바울처럼 치열한 북한주민인권운동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 미국과 EU에서 북한인권개선 촉구가 담긴 결의안과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었으며, UN에서도 북한인권개선 촉구결의안이 채택되어 발표되었다. 따라서 그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북한의 실체를 공개하고 북한주민 민주화를 위하여 노력한 공로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그의 대한민국 망명 후의 발자취에도 불구하고 황장엽 선생의 주체사상이 북한 주민들을 고생시킨 행적 때문에 그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에 대하여 보수논객인 지만원의 비판이나 일부 보수언론들의 비난은 정당할 수 있다.

 

그러나 송교수의 황장엽선생에 대한 비유가 단종을 배신한 신숙주와 동일한 도덕적 가치평가로 비교하는 것은 황당하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 무시되고, 북한 주민을 아사로 몰아가고,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을 당연시하는 반인륜적인 북한 통치 집단과 '김씨 수령독재 봉건왕조'를 건설하는 반민주적 집단에 대한 반대와 조카를 죽이고 왕권 찬탈에 일조한 신숙주를 어떻게 동일한 도덕적 가치 평가를 한단 말인가? 송교수의 논리대로라면 지금도 북한을 탈출하여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계급의 북한동포들은 김정일의 배신자들이란 말인가? 그리고 2만명이 넘는 대한민국내의 탈북주민들의 실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송교수가 북한 김정일 입장에서 의리문제로 평가하는 주관적 가치관이야 자유이지만, 반인륜적 인권탄압이나 반민주적 3대세습을 비난하는 것이 마치 반도덕적 집단에 대한 내부 고발도 정의롭지 못한 것처럼 학생들에게 도덕적 판단을 잘못하게 하는 철학적 병이 전달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황장엽선생이 가족과 제자·동료들을 죽음과 고통 속에 몰아넣을 선택을 앞두고 부인인 박승옥과 러시아 말로 나누었다는 대화는 그의 인간중심주의 철학의 정수일 것이다.

 

'개인의 생명보다 가족의 생명이 더 중요하고, 가족의 생명보다 민족의 생명이 더 중요하며, 민족의 생명보다 인류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

 

/ 심용식 ((사)시대정신 이사·자유주의 전북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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