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 차트에서 '본능적으로'라는 곡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 본 이성에게 본능적으로 끌려 사랑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말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투자의 세계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의 본능이 지닌 속성 때문이다.
일본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골목길에서 한 사람이 길을 걷는 데, 맞은 편에서 그를 향해 100명이 뛰어오기 시작한다. 길을 걷던 사람은 당황해 하며 몸을 틀어 그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장소와 상황을 바꿔보았다. 공원을 걷던 100명이 갑자기 엎드리자 그 사이에 있던 일반인 한 명도 덩달아 납작 엎드렸다. 엎드리긴 했지만 영문을 몰랐던 그는 하늘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하기에 바빴다. 여기서 군중 역할을 한 100명은 방송국에서 섭외한 사람들이고 이유도 모르는 채 그들과 행동을 함께했던 한 명은 실험에 대해 알지 못한 일반인이었다.
인간에게는 군중에 따르려는 본능이 있다. 세 사람이 모여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사자성어처럼, 아무리 명석한 사람도 이 본능을 피해 가기란 어렵다. 특히 다수의 견과 자신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더욱 그렇다. 내가 모르는 정보를 남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흥분하면 더 많은 사람이 시장에 뛰어들고, 시장이 하락하면 서둘러 팔고 떠나려고 한다. 또한 특정 금융상품이 유행이라고 하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쉽게 자금을 맡긴다. '적어도 중간은 가겠지.' 하는 생각에 잘 짜인 판매사의 마케팅 정책과 구미가 당기는 기사를 내놓기에 바쁜 언론보도에 우리도 모르게 휩쓸리게 된다.
한편, 많은 투자자가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쉽게 실행하지 못한다.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서도 특히 손실이 날 때면 더욱 참기 어려워진다. 막상 장기 투자하려고 매수했지만 하루 이틀 주가가 계속 내려간다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HTS 창을 수시로 지켜보고 각종 투자 커뮤니티를 들락날락 거리며 불안해하다 결국 팔고 나와버린다. 얼마 후 그 주식이 다시 오름세가 되면 땅을 치고 후회하지만, 결국 더 비싼 가격으로 다시 시장에 뛰어든 자신을 보게 된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피트니스 센터까지 끊었지만, 회식 등을 핑계로 하루 이틀 빠지다가 결국 그만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서도 마음껏 먹지 못하는 고통,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숨이 차오르는 고통… 다이어트의 성공은 이를 끝까지 견뎌내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
자산관리는 평생을 고민하고 계획해야 하는 인생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따라서 투자도 긴 호흡으로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작정 대중을 따라 투자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의사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자신의 투자목적과 기간, 감내할 수 있는 손실 수준 등을 재확인하고 이를 수시로 확인한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투자대상을 선택하고 자금을 맡기며 이를 점검하는 일련의 과정에 세부적인 규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 또한,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기에 고통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인정하고 감내하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 검토 주기를 장기로 잡는 것 또한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투자할 때는 물론 시장을 떠날 때에도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사랑은 본능적으로 하되, 투자는 이성적으로 해야 함을 것을 잊지 말자.
/ 강정란(에셋플러스자산운용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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