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2012포럼' 준비위원장)
11월 13일 공주 우금치에서 열린 백만민란 콘서트에 다녀왔다. 배우 문성근 씨가 주동이 되어 8월말부터 시작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운동은 야권 단일정당 창출을 통해 2012년 새로운 민주정부를 수립하자는 시민정치운동이다.
현재의 야권세력이 희망의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각자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분립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역사를 뒤로 후퇴시키고 있는 이 정권이 또 한 번 연장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두 손 들고 있으란 말인가. 안되는 일이라고 낙담하고 차선, 차차선이 상책이라며 시간만 보낼 것인가. 이거, 아니야. 야(野) 합쳐! 국민이 직접 나서서 민주진보단일정당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단순한 산술적 합으로서 하나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진취적이고 개혁적인 국민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시민이 직접 나서되 총도 칼도 들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흥겨운 정치 실천이기에 민란이라 이름붙인 이 운동에 두 달 반 만에 전국 3만 여 명의 시민이 화답했다. 3만 명이 가세한 것을 중간 결산하는 이벤트로 기획된 것이 우금치 콘서트이다. 그런데 왜 하필 11월 13일일까.
이 날은 116년 전에 한양으로 진격하던 동학농민군이 우금치를 막아선 일본군의 중화기 앞에서 낙엽처럼 스러지던 날이자 30년 전 서울 평화시장의 노동자 전태일이 온몸을 사른 불꽃으로 노동자도 사람임을 절규한 날이다. 참혹한 패배와 죽음 속에서 우리 역사가 큰 매듭을 지었던 날. 근현대사의 가장 상징적 장소라 할 우금치에서 전봉준과 전태일이 하나로 이어지는 역사 퍼포먼스를 지켜보면서 전국에서 올라온 민란꾼들은 가슴을 후려치는 전율을 느꼈다. 천여 명의 참가자는 자신 안에 들어온 역사, 소명, 의지 그런 것이 뒤섞인 큰 열망의 씨앗 하나를 안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 씨앗들이 여럿의 마음을 빌려 싹을 틔우고 성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참혹한 패배의 재연과 새김을 통해 다시 이 땅 천지를 뒤덮을 푸른 생명의 봉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결의의 횃불을 들었다. 여기 모인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다시 두 사람이 열 사람이 되는 희망의 '접' 조직을 우리가 시작하자는 것이다. 모이고 떠들고 꿈꾸자. 우리 스스로가 희망의 대안이 되자. 세상을 바꾸자.
우금치의 함성과 횃불의 힘을 빌려 백만민란 홈페이지(www.powertothepeople.kr)에 나는 이렇게 기록했다.
"우금치에서 우리는 역사와 하나 되었습니다. 수천 동학군의 시신이 묻힌 무덤밭에서 우리는 116년 전 그때 피의 함성을 다시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이 역사의 고비를 넘어가겠다고, 전봉준에서 전태일로 이어지는 고난의 역사를 우리가 바꾸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기 위해 죽은 영혼의 군대를 불러냈듯이 우리는 동학군을 역사의 무대로 불러낸 것입니다. 무적의 군대와 함께 하는 우린, 이깁니다!"
/ 이재규 ('2012포럼'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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