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전주시장)
올해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 숫자가 320만 명을 돌파했다. 전주시가 처음 관광객을 집계한 지난 2002년 31만 명 이후 8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자 지난 2006년 100만 명 돌파 이후 4년 만에 3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단기간에 관광객이 대거 증가한 것은 우리지역은 물론 국내 관광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기록이어서 관광진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힐 정도다.
그런데 한옥마을의 성공을 지켜보면, 바람에 휘날리는 눈송이는 작아도 이것이 뭉치면 태산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눈송이 효과'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전주는 예로부터 한옥을 비롯해 한식, 한지, 판소리 등 지역이 보유한 문화자산에 대한 자긍심과 평가가 높았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풀어낼만한 구심점을 마련하지 못해 그 활용이 미비했던 것도 사실이다. 전통문화를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통합 관리하는 노하우가 부족했고, 전통문화의 산업화에 대한 행정과 시민들의 의식 부족도 아름다운 눈송이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일쑤였다.
그러던 것이 한옥마을이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라는 비전을 정립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옥마을 정비가 본격화 되고 '한스타일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전통문화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갖추면서 눈송이가 조금씩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이에 부합하는 문화콘텐츠 개발과 홍보 및 마케팅에 적극 나서 준 문화인력과 전문가, 그리고 시민들의 힘이 점점 더해지면서 관광객 300만 돌파를 이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눈송이가 커지니 가속도가 붙는 이치일까. 궤도에 오른 전주관광의 성과도 날로 풍성해지고 있다. 한옥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었고 전주국제영화제, 비빕밤축제, 한국음식관광축제 등 지역축제와 연계돼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전주음식의 상품화와 전통문화 관련 체험프로그램도 속속 개발되면서 수학여행과 현장학습을 위한 대규모 관광단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다양한 종교문화가 공존하는 한옥마을의 독특한 정서와 풍경이 휴식을 원하는 여행객들의 호응을 얻는 등 앞으로도 전주관광객의 다각화 및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2012년이면 연간 관광객 500만 시대도 너끈히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눈덩이의 큰 힘에도 반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옥마을의 성공신화는 우리 지역이 스스로 만들어 낸 커다란 성과이지만, 이를 제대로 다루는 통제력을 잃는다면 이 힘이 도리어 우리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한옥마을의 성공에 편승한 상업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방문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바가지요금이며 불친절 사례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어 안타깝다.
세계 최고의 CEO인 워렌 버핏은 "기업이 명성을 쌓자면 20년은 족히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단 5분이면 족하다"라고 말했다. 한옥마을의 성공은 이제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아직은 명성을 쌓는 데에 더욱 노력하고 파이를 좀 더 키워나가야 하는 때다. 전주시도 연간 관광객 300만 시대를 계기로 성과 위주의 홍보보다는 내실 있는 관광 전략을 마련하는 데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시민 여러분도 '내가 전주의 홍보대사'라는 생각으로 관광 전주를 알리고 지키는 데에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 드린다.
/ 송하진(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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