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수(토목기술사·청렴옴부즈만)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필자는 서울시 기술심의위원으로 청계천 복원사업을 반대한 적이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청계천 위에 놓여 있는 고가도로를 걷어냈을 때 생길 수 있는 서울시내의 교통대란을 염려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여름철 집중호우 시 배수로 역할을 하는 청계천이 공사기간 중 범람하여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청계천 복원 사업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교통대란은 자가용 운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과 버스 중앙차선제로를 실시하여 극복하였고, 청계천 범람은 공사기간 중 그리 큰 비가 오지 않아 무난히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 덕에 국가 지도자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결과는 좋았을지 몰라도 과정은 매우 위험한 부분이 있었다.
또 다시 필자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 왜냐하면 첫째는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홍수 범람도 예방할 수 있고 수질도 좋게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홍수도 예방하고 수질도 좋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책사업으로 실시되는 사업이 홍수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는지, 4대강 수계에 들어오는 생활하수, 오수, 폐수 등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이 강구되었는지 사뭇 의심스럽다.
4대강에 유입되는 단위 마을에서 나오는 하수와 축사 등에서 나오는 오수, 그리고 소규모 공장에서 나오는 공장 폐수 등에 대한 실태 파악과 이에 대한 대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4대강의 수질 개선은 어려운 일인데도 무조건 4대강 사업만 실시하면 좋은 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왜 한꺼번에 사업을 실시하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단기간 내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4개의 강을 몽땅 파헤치는 것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한꺼번에 사업을 실시한다고 하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선택이다.
4개의 강에 대하여 순서를 정하여 순차적으로 나누어 실시할 수도 있고, 꼭 한꺼번에 실시해야 된다면 단계적으로 수년간에 걸쳐 연차적으로 사업을 실시해도 되는데 교육 및 복지까지 희생해가면서 막대한 예산을 집중 투자하는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청계천 복원 사업이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고 4대강 사업에서도 행운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토목사업은 운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공학적인 일로써 과학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보 설치가 4대강 사업의 전부가 아닌 만큼 보 공사는 공사대로 하면서 폐기물, 매장 문화재, 수질 정화대책 등을 재검토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전환하여 균형잡힌 예산 투자로 복지 및 교육 등에 소홀함이 없기를 바란다.
/ 류정수(토목기술사·청렴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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