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룡(군산대 총장)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참전이냐, 중립이냐, 반전이냐로 국내여론이 분열되어 있을 때, '기억하자 진주만(Remember Peal Harbor)'이라는 구호로 일본이 패할 때까지 미국민을 일치단결시켰다. 세계 최강국이라해도 국론이 분열돼 여러 개의 나라로 분열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군이 서해 연평도를 공격했다. 군부대와 민간인지역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공격이며, 게다가 우라늄 공개 직후 일어난 일이니 그 배면이 무엇인지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의 안보관을 다시 점검하자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그에 대한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천안함 사태에 이은 이번 사건에서도 각 정당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매우 착잡한 심정이다.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분오열되어 있으니 대한민국은 지금 여러 개의 나라로 나뉘어 있는 셈이다.
요즈음 필자는 조선 후기 당쟁이 치열했을 때 현군으로 알려진 정조조차 편을 갈라 싸우는 신하들을 말리느라 지쳐서 나라 일에 온 힘을 쏟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주 떠올린다. 역사는 비슷한 유형으로 반복된다고는 하지만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등으로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에 우리 역사의 씻을 수 없는 반면교사 이야기가 하나 있다. 선조가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을 일본에 보내 일본의 동태를 알아오라고 하였을 때 서인 황윤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곧 전쟁을 일으킬 위인이라며 이율곡의 십만양병설에 동조 국가병력 증대를 주장한 반면, 동인 김성일은 당략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달리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쟁을 일으킬 인물이 못된다고 아뢰었던 일이다. 그 결과 1년 뒤 발생한 임진왜란으로 백성들이 칠년 동안이나 모진 고초를 겪었던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역사는 미래를 위한 거울이다. 한데 동인과 서인의 갈등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반면교사가 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좌파든 우파든 진보든 보수든 모두의 목표는 사람답게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있는데, 사람다운 삶을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안보가 필요하다. 사회가 분열되면 탄탄한 반석도 결국은 금이 가게 되니 국방안보에 한해서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원칙과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먼저 나를 지킬 수 있을 때, 급박한 상황을 일으킨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고 자신의 결의부터 다질 수 있을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합의가 적시에 도출되고 대한민국은 반석 위의 철옹성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문에 휩쓸리기 보다는 정확한 소식에 귀 기울이고 판별하고자 하는 마음이며, 6·25 한국전쟁, 버어마 아웅산테러, KAL기 폭파사건, 천안함 사건 등 앞서 일어난 사건들을 반면교사 삼아 흔들림 없는 하나의 마음을 끌어내는 일이다. 국가안보에는 여야, 진보, 보수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기억하자 연평도, 상기하자 6·25'라는 구호 아래 하나가 될 때, 연평도 포격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채정룡(군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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