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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위기의 농촌노인, 생산적 일자리가 필요하다

나영삼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센터장)

김씨 할머니는 겨울이면 걱정이 크다.

 

홀로 사는 집이라고 하지만 한 칸 방 외풍을 잡아줄 기름값도 걱정이고, 채마밭도 없으니 밑반찬 장만도 녹록치 않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으니 생활비 나올 곳이 없다. 유일한 낙이래야 경로당(마을회관)에 가서 동전화투로 시간을 보내고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다. 여느 농촌의 겨울나기 풍경이 이와 다를 바 없다.

 

완주군 소양면 인덕마을 이씨 할머니(83)는 물리치료차 하루가 멀다하고 가던 병원 발길을 뚝 끊었다. 대신 마을 안 두레농장으로 출근을 한다. 농장 하우스에는 풋풋한 참나물과 상추가 자라고 있고, 한 켠에는 토종닭이 노닐고 있다. 분초를 다투어 일하지 않아도 눈치 볼 사람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마을이 만든 공동 일터여서 그렇다. 오전일이 끝나면 하우스를 엮어 만든 공동식당에 둘러앉는다. 찬이라고 해야 거창할 것 없지만 집에서 홀로 때우는 밥과 비할 바가 못 된다. 일당은 3만원. 월 평균 20일을 일한다. 할머니는 이 돈을 차곡차곡 모아오고 있다. 내년 설이면 손자 녀석에게 컴퓨터를 사 안기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마을농장에서 공동 생산한 농산물은 도시소비자의 건강밥상꾸러미용으로 판매되기에 은근한 자부심도 생긴다.

 

흔히 돈 없어 겪는 고통, 몸 아픈 고통, 찾는 이 없어 외로운 고통을 노인의 3고라 부른다. 여러 환경과 여건을 감안하면 농촌이 도시보다 더 혹독하다. 복지(福祉)는 삶의 질, 인간이 살 수 있는 물질적·문화적 조건의 충족상태를 말한다. 복지국가는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해 책임지는 국가이며, 후진국은 최소한의 복지를, 선진국은 최적화 또는 최대한의 복지를 추구한다. 엄연히 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G20정상회의에 즈음해 소위 '선진국으로서의 국격'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복지조차 까마득한 우리 농촌현장에 서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복지'라는 단어가 우리사회의 보편적 의제가 된 지 오래지만 사람들은 '먼 나라 이야기'라 여긴다. 변하는 것은 없고, 고단한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현장 얘기에 따르면 농촌노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실 생활비용은 월 40여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겨울철 난방비, 교통비, 전화세 등 가장 기본적인 쓰임새만 따져 그렇다. 조금 더 편안한, 조금 더 떳떳한, 조금 더 보람된 일자리로 생활을 보장하는 길은 없을까?

 

앞서 이야기한 완주군 농촌노인 두레농장 사례는 신선한 충격이다. 마을공동체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해나갈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주민에 의한 계획, 행정의 통합적 지원, 로컬푸드 연계 등 그물망도 촘촘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 프로그램이 소득, 일자리,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노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두레농장은 최근 고용노동부의 일자리브랜드경진대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자리란 모름지기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촘촘한 거미줄 그물망으로 엮여질 때 지속가능하다. 또 일자리 그물망 구축은 통합적인 지역경영 관점과 정책통합, 지원통합, 사회통합 조치가 뒤따를 때 그 지평이 넓어진다. 전통 먹을거리(슬로푸드) 생산, 나무공예나 짚풀공예, 다랑이 논을 활용한 썰매장 운영 등 농촌자원을 활용한 생산적인 일자리 창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 농촌노인을 일방적 수혜자에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력자로, 주력군으로 자리매김하는 혜안이 전제된다면 말이다.

 

/ 나영삼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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