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락도 (전 국회의원)
영하 12도를 넘은 서울의 아침은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횡포로 내년도 예산이 날치기 처리되어 이 추운 겨울 아침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이 거리투쟁에 나선 판국에 '소수의 횡포에 의해 끌려 다니는 국회'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았다. 그는 미국 NBC방송과 영국 BBC방송에서 한국 국회의 예산 날치기 통과를 비웃었다는 보도를 소개했다. 그들이 강행처리나 난투극이 없는 것은 그들 나라가 정치 선진화가 된 결과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들은 집권자와 의회의 다수당이 다를지라도 대화와 설득, 국민여론과 언론의 대세가 그대로 의회의 표결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무조건적으로 실력저지하고 여당의원의 국회 출입도 못하게 폭력을 썼다고 했는데 그것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그 앞의 과정이 투명하고 합법적이며 대화와 타협을 제대로 하지 않은데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수가결이 만병통치인가
날치기 역사는 항상 다수가결을 내세웠다. 자유당의 장기 집권을 위한 사사오입 개헌 때도 당시 사회를 보던 최순주 국회부의장이 소석 이철승 선생한테 멱살을 잡힐 때도 다수가결이란 억지를 부렸다. 박정희 前 대통령은 김영삼 야당총재를 제명할 때도 다수결을 내세웠다. 1985년 조세감면규제법을 전두환이 통과시킬 땐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 146호실에서 야당 국회의원은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처리, 결국 임실출신 김철호씨의 명성그룹이 날라 가기도 했다.
노무현 前 대통령 탄핵결의안 통과 때도 다수결로 밀어붙였고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야당의원 출입을 막고 여당이 단독 처리했다.
▲이번 사태는 소수 의견이 외면 당해서
본회의에 앞선 예산안 심사에서 충분히 의견을 펼칠 수 있었다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그의 형님 이상득의원 지역구에 10조 1396억원의 예산편성이 가능할 것인가? 영남쪽 대다수 사업이 50억이상 증액되고 이번 국회 증액사업 520건중 전북은 9건에 불과한데도 이것이 충분히 토론하고 타협한 결과라면 전북의원들의 악전고투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서민예산은 2조원 가량 줄어들고 4대강 사업 추진 예산은 국민의 68%가 반대하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불교계, 기독교계 등 여러 계층이 반대하는데도 가능할 것인가?
▲한나라당도 자성하는데…
드디어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강행처리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정두언 최고위원 등은 더 윗선의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안상수 대표는 버티기로 나서고 초선의원들은 한나라당의 개혁을 외치고 있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이런 사태가 났다는 한나라당은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늦게나마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으면서 자성을 하고 있기에 결자해지로 이번 사태는 한나라당이 나서야 할 것이다.
서민예산과 노인·장애인복지예산, 청년·대학생·농어민예산도 삭감하고, 지역간 불균형 예산을 강행처리하면서 4대강 예산은 기를 쓰고 억지를 부린 다수당이 정국의 숨통을 죄고 있는 현실은 겨울 날씨만큼이나 차갑다.
/ 최락도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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