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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과부는 뒤엎는 것이 특기인가

장세진(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이명박정부가 반환점을 돌았다. 출범 3년이 되어가는 것. 이것저것 '거꾸로' 가는 분위기 속에서 교육 분야를 되돌아본다. 우선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2007 개정교육과정의 잉크도 마르기 전 2009 개정교육과정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정권의 정책을 깡그리 뒤엎어버린 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책을 뒤엎어버린 것은 또 있다. 교장공모제가 그것이다. 교장공모제는 2007년 9월 1일자 임용부터 시작되었다. 다양한 임용 방법을 통해 지역사회가 원하는 젊은 인재를 뽑아 쓰자는 취지였다.

 

그중 평교사도 지원 가능한 내부형이나 교육경력 없는 전문경영인 등에게 문호를 연 개방형 교장공모를 통한 학교의 성공사례는 많은 언론 보도에서 본 바와 같다. 예컨대 폐교 직전 시골학교에서 재학생이 느는 등 다시 찾는 학교가 된 것은 순전 내부형 공모로 학부모들이 초빙한 교장 덕분이라는 보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교과부의 시각은 달랐다. 교과부는 연초 서울시 교육청 비리사건이 터지자 그 대책으로 교장공모제 50% 확대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다 분풀이하는 듯한 대책이었지만, 그래도 거기까지는 봐줄만했다.

 

교과부의 졸렬함은 교장공모제 50% 확대 실시와 동시 내부형은 슬그머니 없애버린 데서 빛났다. 이를테면 교육계 비리라는 악덕여론을 호재로 삼은 내부형 폐기였던 셈이다. 교과부는 6·2 지방선거를 통해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하여 혁신학교며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가 기정사실화되자 기상천외한 '꼼수'를 쓰기도 했다.

 

일례로 교육감이 내부형 교장공모제 학교를 직권지정할 수 있는 기존 권한을 '교육감 직권지정→학교운영위원회 심의후 최종 확정'으로 바꿔 제한한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신설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면서도 임명 교장을 발령내야 하는 한계로 이어져 사실상 교육감 힘을 빼는 지침이라 할 수 있다.

 

당장 전라북도에서 보듯 내부형 교장공모를 하는 학교는 단 한 군데도 없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얼핏 보면 교과부의 승리로 보이지만, 그건 아니지 싶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지난 정권의 정책이라해서 뒤엎는 것은 온당한 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무용론까지 강력하게 제기되었던 교과부라 그런가? 이 나라 교육을 총괄하는 의젓하고 당당한 자세의 '맏형'다운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최근 발표한 '학교자율강화대책'만 해도 그렇다. 학교장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하려는 취지라지만, 직선 교육감들의 교과부와 다른 정책 추진을 견제하려는 속내를 읽을 수 있어서다.

 

대책이라고 새로 내놓는 것들이 진보 교육감들의 공약 추진에 대항 내지 견제하려는 것이라면 적어도 교과부다운 자세는 아니다. 극단적으로 진보 교육감들에 끌려다니는 교과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어서다.

 

더구나 CEO 등 교육경력 전무한 전문인에게 열려 있는 개방형 교장공모제는 마이스터고 추진에서 알 수 있듯 이명박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데, 그것마저 없애버리니 정책의 일관성이 있는건지 아리송하다.

 

한국교총 주장에서 보듯 초빙형 교장공모 확대도 많은 문제가 있다. 교장끼리 경합을 시키자는 건데, 자격증 갖고도 교장 못하고 정년하는 이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개인적 원망은 그만두고 행정낭비·예산낭비·시간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존속해야 할 가치가 있다. 인권 문제가 그렇지만 교육도 그 중 하나이다. 정권은 짧지만, 교육은 영원하다. 입맛에 안 맞는다고 지난 정권의 별 탈 없는 정책을 깡그리 뒤엎는 일은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정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정치 혐오증을 확대 재생산해낸다.

 

이제 내부형이나 개방형 교장공모를 위해 정권교체가 되기만 기다려야 하는가?

 

/ 장세진(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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