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규 (학교법인 동암학원 이사장·명예 교육학박사)
금년 세모(歲暮)는 유난히 조용한 것 같다. IMF의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X마스에서 말일까지는 휘황찬란한 전깃불이 켜진 거리에는 밤새도록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군밤과 고구마 그리고 찐빵을 먹으면서 즐겼다. 특별히 계엄령이 잦았던 우리는 계엄령이 잠정적으로 해지된 국경일 밤을 더욱 즐겼는데 그 중에서도 세모가 제일 재미있었다.
지난달 23일에 북측에서 연평도를 향해 발사한 포격사건으로 온 국민이 긴장한 탓도 있겠지만 매일 보도된 국내·외의 불안정한 사건들로 위축된 심리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 관리는 철저해야 한다. 인생은 1회적 생애를 살고 있는 엄숙한 역정이다. 원 라운드로 끝나는 진지한 생이며, 2회전이 있을 수 없는 유한적 생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내 생애의 처음 날인 것처럼 살고, 최후의 날인 것처럼 살라'고 미국의 존티톤 명리학자는 말한다. 인생을 성실하고 열심히 살라는 교시인 것이다. 선악(善惡)의 차이도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것과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사는 것이다.
중국 고승 운문선사(雲門禪師)는 "하루하루가 좋은 날이요, 즐거운 날인즉 내일이 있다 미루지 말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처리하라" 했다.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것보다 반대가 더 많으며, 만족보다 후회가 더 앞서고, 기쁨보다 고뇌가 더 많고, 자신감보다 좌절감에 더 빠지기 쉽다. 그와 같은 생각이 많을 때가 바로 세모다.
그래서 몇 가지를 자문(自問)하며 매사에 성실하였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 너그러웠는가? 아집과 안일과 태만과 방관 속에서 무성심, 무정열, 무책임의 허망한 한 해를 보내지 않았던가? 얼마나 보람있게 살았는가? 과연 보람있는 한해였던가? 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에 있고, 행복은 보람에 있다. 보람은 무엇인가? 착한 일, 의미가 있는 일, 가치가 있는 일을 달성했을 때의 만족감이다. 무위도식은 물론 남을 의지하고 사는 사람은 모른다. 언제 어디서라도 노력하고 봉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인생만이 기쁨을 느끼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무병장수 할 수 있다.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책임을 다했으며, 가식과 자기의 양심을 속이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시인 윤동주(尹東柱)는 노래했다.
그런 견지를 옛 어른들은 진기(盡己)라 했다. 나를 다하는 것으로 지혜와 정성과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력투구의 자세로 살아야 하는데도 절반 노력도 않고 어름어름 호도하면서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삶의 목적은 결과에 있고, 그 의미는 성취에 있다. 인생은 한 발짝씩 오르는 행진곡이다. 행진곡이 없는 인생은 의미가 없으며, 진보도 없는 낙오자에 불과한 인생이다.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고,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심고, 악이 있는 곳에 선을 심고, 싸움이 있는 곳에 희망을 심고, 비리가 있는 곳에 도리를 심고, 미움이 있는 곳에 진실을 심으라." 공자(孔子)는 '가어(家語)'에 기술하였다. 의식주는 풍만하지만 인심은 각박해진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다.
자기가 심은 것을 거두는 것이 인생이기에 콩을 심으면 콩을 거두고,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는 것이 천리다. 몸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선행(善行)을 최우선으로 계획하고 성실과 봉사의 계획으로 신묘(辛卯·토끼 해)년을 맞기 바란다.
/ 양복규 (학교법인 동암학원 이사장·명예 교육학박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