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금융감독원이 전국의 대학생 2700여 명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력지수를 측정했다. 금융이해력지수란 일상적인 금융거래를 이해하고 금융지식을 실제로 활용하며 금융상품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측정 결과 평균점수는 60점대로 특히 저축과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낮았다고 한다.
넓은 의미의 저축이란 소득에서 미래의 지출을 위해 쓰지 않고 모아두는 것을 뜻한다. 소비가 많으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에, 절약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자산을 모으는 첫 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매월 소득이 일정한 상황에서 짜낼 수 있는 금액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본업에 충실한 동안에도 자산을 불릴 방법을 찾게 된다. 바로 저축과 투자다.
은행 예적금을 통해 돈을 맡기는 것이 좁은 의미의 '저축'이다. 은행은 정해진 날짜마다 가입 당시 약속한 이자를 가입자의 통장에 넣어주는 데, 이보다 더 주는 일은 없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내다본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 수준이라고 한다. 가령 100만 원을 연 3% 금리로 1년짜리 예금에 넣었을 때, 물가상승률이 4%라면 실질 수익률은 -1%, 즉 99만 원을 손에 쥔 것과 같다. 통장에는 이자가 꼬박꼬박 찍혀 나오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은행 이자로 번 돈을 물가상승으로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한편,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처럼 수시로 가격이 변하는 자산을 통해 돈을 운용하는 것을 '투자'라고 한다. 자산을 사고팔아 매매차익을 얻거나, 팔지 않고 보유하면서 배당금이나 임대료 등을 받아 은행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투자 역시 태생의 한계인 위험이 있다. 100만 원을 투자해 150만 원이 될 수도 있지만, 50만 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 대상과 시기를 나눠 투자하거나 좋은 대상에 오래 투자한다면 투자 위험은 줄어들게 된다.
저축과 투자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난해 금융투자협회가 조사한 주요국 가계금융자산 비교 자료를 보면, 미국과 영국의 가계 금융자산 중 현금예금 비중이 각각 14.7%, 28.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6.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금리, 고령화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저축과 투자의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투자 비중을 높인 적극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할 때다.
/ 강정란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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