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회장)
위대한 기부, 봉사는 우리들에게 행복과 사랑을 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기부에 관한 생각을 물으면 '돈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 또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꼭 하고 싶은 일'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이러한 유형의 대답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점은 사람들은 기부를 곧 많은 금액과 결부시켜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대단한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액수를 기부하는 것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지 오블리주. 쉽고, 재미있게 나눔을 일상의 즐거운 습관으로 만드는 일을 뜻하는 이 말은 2011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나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내 것을 나누고 그것을 일상의 습관으로 만드는 일종의 나눔 문화를 새롭게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경향은 기부를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사고에서 금액에 대한 부담감은 빼고, 요즈음의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흥미와 편리성을 강조하여 만들어진 나눔 문화에 대한 새로운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한 댓글 기부, 한 포털사이트의 콩 기부, 신용카드의 포인트 기부, 재능 기부 등 '이지 오블리주'의 새로운 흐름에 속하는 이러한 일들은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큰 어려움을 들이지 않고 기부할 수 있는 사소한 방법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생각만으로 그쳤던 많은 일들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유쾌한 기부자들이 넘쳐난다.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기부를 하는 청년, 공짜 밥을 먹을 때마다 기부를 하는 직장인, 기부로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부부. 이들에게 기부는 큰 맘 먹고 해야만 하는 어떤 무거운 의식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자 습관이고 곧 인생의 순간을 담은 파노라마와 같은 것이다. 그들은 기부가 '남의 행복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곧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며 '꾸준한 기부는 매 순간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삶의 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고 한다.
만원을 1년 동안 나누어 기부하는 것과 하루에 다 기부하는 것. 모두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힘은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기부하는 개인이 늘어날 때 더욱 견고해지고 강력해 질 것이다. 마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TV를 보는 것처럼 나눔을 내 생활의 일부로 생각한다면 보다 많은 조손가정과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 것을 나누겠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가짐, 매 순간의 그 마음이 즐겁고 행복한 습관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낼 날을 기대해 본다.
1월 10일부터 적십자회비 모금 기간이다. 1년에 한 번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범국민 모금운동에 동참해 나눔이 주는 행복을 느껴보자. 위대한 기부는 거액의 기부가 아니라 소액의 개미 기부자들이 만들어가는 기적이다.
/ 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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