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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구제역과 육식문화의 극복

송병조 (부안군청 대외협력담당)

 

지구상 수많은 동물 가운데 특히 인간의 기나긴 여정 속에서 긴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동물이 있다. 역사 초창기부터 우리와 함께 여행한 소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운명과 역사 속의 온갖 중요한 시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관련을 맺어 왔다. 우리는 그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했고, 우리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그들을 이용했다.

 

수소는 항상 우리에게 남성다움을 상기 시킨다. 수소는 열정적이고 공격적인 짐승의 무리에 속해 있고, 수태 능력의 화신이며 억제되지 않은 순수한 에너지이다. 가공할 만한 힘을 지닌 수소는 두려움을 모르고, 타협하지 않으며 과감하게 움직인다.

 

암소는 가장 부드럽고 우아한 피조물 중 하나이며 인내의 화신이다. 암소의 커다란 젖통은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젖을 먹일 수 있다. 암소는 양육자이며 영양분이며 생명의 제공자이다. 동시에 암소는 자제심 있고 평화롭고 꿋꿋하고 평온하다. 그래서 암소는 순수하고 세상의 자비와 선의 힘을 상징한다.

 

구제역으로 인하여 이 좁디 좁은 땅에서 300여만 마리의 소·돼지가 매몰 처리되었다고 한다. 작년 이맘때 아이티의 지진에서 30여만 명의 목숨이 죽어나가 인류의 재앙이라고 했는데 구제역이야말로 더 큰 재앙이다. 가장 가슴 아픈 뉴스는 어미 소가 근육주사를 맞고 버티다가 송아지에게 젖을 먹인 후 죽었고, 그 송아지 역시 어미 소를 따라갔다고 한다. 구제역은 감염된 가축의 분비물과 배설물, 오염된 사료를 통해서 접촉이나 공기에 의해서 감염된다고 한다.

 

값싸게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산업자본으로 빠르게 확산된 축산단지는 구제역 확산의 중요한 원인이다. 더구나, 근대적 축산단지는 곡물 수확량의 3분의 1을 소 등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거의 10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부자들이 곡물사료로 재배한 쇠고기를 즐기지만 그들의 육체는 콜레스테롤로 망가지고 심장병, 대장암, 유방암, 당뇨병으로 고통을 받는다.

 

또한 소의 트림으로 인한 메탄가스는 하루에 약 280리터가 배출되며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의 오염을 증가시킨다. 1인당 98kg인 미국 수준의 육류 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세계에서 수확한 곡물로는 단 26억 명만 먹여 살릴 수밖에 없다는 보고가 있다. 금세기 중반에는 세계 육류소비가 4억 6000만 톤이 되어 지금의 두 배를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남동아시아에 폭우, 남미와 미국 중서부에 가뭄 등을 야기하고 있는 라니냐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관찰됐으며 소의 주 사료인 옥수수 가격은 48% 폭등하였다.

 

곡물가격이 상승하면 고기의 인기는 떨어질 것이며 대장균과 살모렐라균, 요즘 창궐하는 구제역·조류독감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1인당 육류소비량은 미래의 육류수요를 못 따라갈 것이다.

 

쿠바의 모델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육류산업의 탈산업화를 모색하고 대안농업을 논의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기후변화를 대비하고 구제역 만연으로 인한 농가의 신음과 고기를 값싸게 얻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에서 벗어나는 길이 평균 수명이 15년인 소에 대한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 송병조 (부안군청 대외협력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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