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회장)
이 세상에는 직접 겪어봐야만 그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는 말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 해보지 않고서는 결코 안다고 얘기할 수 없는 말 중 가장 고귀한 말은 '기부와 봉사'가 아닐까. 기부와 봉사는 남을 돕겠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나눔의 방법 중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처음이 힘들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그 뿌듯한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운이고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운은 그 느낌을 몸소 체험한 사람만이 마주할 수 있는 특권인 셈이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수 십 년간 봉사활동을 해오고 계시는 봉사원 한 분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아는 것, 가진 것 아무 것도 갖추지를 못했습니다. 그러기에 남에게 베풀 수도, 감히 평가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작은 일부분이지만 생각을 해보니 할 수 있는 부분이 제게도 있더군요. 뭐냐구요? 힘도, 값도 들지 않는 '좋은 마음'이었습니다."라고.
기부와 봉사를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바로 '마음'이다. 봉사활동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때가 되면…때가 되면….' 그런데 이 말은 봉사에 대한 사람들의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단은 언제라도 때가 되면 봉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봉사라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라는 것은 지극히 막연하고 무한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미루기식의 무책임한 말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이 막연하고 무책임한 말을 진짜로 가치있게 만드는 일에는 '마음'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하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만 있다면 그 '때'를 만나 늦게라도 실천하면 되는 일인 것이다.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봉사를 생활화하시는 수많은 봉사원분들도 자신이 가진 것이 많고, 여유가 있어서 봉사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유가 있어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하기 힘든 것이 바로 봉사이기 때문이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이웃을 내 가족처럼 아끼는 마음 씀씀이가 그분들을 움직이게 하셨을 것이다. 가치 있고 고귀한 일이라고 해서 그 모습마저 고상할 필요는 없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따뜻한 손 한번 잡아주고, 서로 웃고 나누는 일. 이렇게 사소하지만 따뜻한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봉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소액이더라도 기부를 통해 봉사하는 것은 어떨까. 기부는 큰 맘 먹고 해야만 하는 어떤 무거운 의식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자 습관이고 곧 인생의 순간을 담은 파노라마와 같은 것이다. 소박한 마음을 담은 기부자 여럿이 모이면 고통 받는 우리 이웃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전할 수 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Lorentz, E. N.)가 사용한 용어로,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기부문화도 마찬가지다. 개미 기부자의 작은 움직임이 모이면 영혼을 움직일 수 있고, 그 곳에 마음을 울리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작은 날갯짓에서 비롯된 이러한 나눔의 나비효과는 곧 사람과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울림을 만들 것이다.
어느 적십자봉사원은 "마음이든 물건이든 남에게 주어 나를 비우면 그 비운 만큼 반드시 채워지고, 남에게 좋은 것을 주면 준만큼 더 좋은 것이 나에게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남을 도움으로써 위안을 주고자 한 일인데 오히려 내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인다.
신묘년 새해, 위로를 받고 싶다면 기부와 봉사를 권하고 싶다. 고통은 줄어들고 나누는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2월 28일까지 적십자회비 모금 기간이다. 1년에 1번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범국민 모금운동에 동참해 나눔은 곧 채움임을 느껴보자.
/ 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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