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출신 문인들 작품 활동 지원…식민지 시대 궁핍한 삶 조명 노력
이익상은 소설, 비평, 동화 등 여러 갈래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는 1919년 '매일신보'의 현상 모집에 단편 '낙오자'가 선외 가작으로 입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에 그는 20여편의 단편과 3편의 중편 그리고 3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였다. 그는 틈틈이 영세한 문단 상황을 고려하여 '문예의 영원성' 등의 평론과 수필을 발표하였고, 방정환의 요청으로 동화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1926년 11월 그는 유일한 창작집 「흙의 세례」를 발간했으나, 지금까지 원본을 구할 수 없다.
이익상은 일본 유학 시절에 톨스토이의 인도주의 문학관과 일본의 프롤레타리아 작가 나카니시 이노스케(中西伊之助)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그런 탓에 그의 작품에는 등장인물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노스케는 카프 결성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식민지에 애정을 지녔던 소설가였다. 이익상은 그의 장편소설 「여등의 배후에서」를 번역하여 소개하였고, 그가 강연회에 참석차 경성을 방문하자 작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익상의 작품 성향을 가리켜 박영희는 '신경향파 문학'이라고 칭했고, 김기진은 '소시민의 문학'이라고 규정하였다. 전반적으로 그의 작품 경향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우나, 엄정히 말하면 생활중심의 문학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그는 기자답게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을 동원하여 식민지 시대의 곤핍한 삶을 형상화하느라 노력하였다. 그 중에서 '위협의 채찍'은 수작이다. 삼례 근교의 일본인 지주에게 소작료를 내러 간 주인공은 다른 일에 동원되어 일찍 귀가하지 못한다. 그 사이 병원에 가지 못한 어린 자식은 죽고 만다. 늦게야 집에 도착한 주인공은 사체를 안고 통곡한다. 작가는 식민지 가장의 기막힌 사연을 소설화하면서도 일체의 간섭을 마다하고, 싸늘할 정도로 장면의 서술에만 집중하였다. 이처럼 성공적인 작품이 그의 이름과 함께 연구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익상의 공적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고향에 대한 사랑이다. 그는 전북 출신 유엽, 김해강, 김창술, 김완동, 신석정 등의 작품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그의 배려와 도움에 힘입어 전라북도 문단의 기반이 다져질 수 있었다. 그가 학예 담당 기자로 재직하며 맺은 다양한 인적 네크워크가 후배 작가들이 한국 문단의 유명 작가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장편소설 「키 잃은 범선」 등에서 전주를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하였다. 그의 각별한 애향심은 전북문학사를 거론하는 자리마다 항상 맨 앞자리에서 상당한 분량으로 언급되어야 할 터이다.
/ 최명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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