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냉장고, TV 등 일부 가전기기가 주로 사용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대부분의 기기들이 전기로 작동되고 있어 항상 전자파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파에 대하여 인체에 해롭다고 인식하며, 특히, 송전선로와 같은 전력설비가 인체에 아주 유해한 전자파를 방출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과연 전력설비에서 발생되는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해로운 것일까?
전자파는 주파수에 따라 그 성질이 크게 다르며, 송전선로나 가전제품과 같이 60Hz 극저주파 대역에서 발생하는 것은 '전자계(電磁界)'라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전자파는 주파수가 높아 통신파(약 8백만Hz)와 같이 먼 공간까지 전파되기도 하며,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와 같이 높은 에너지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반면에 전자계는 주파수가 극히 낮아 멀리까지 전파되는 성질이 없고,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급격히 감소한다.
현재 전자계 인체보호 국제 기준치는 200μT (2010년 개정), 국내 기준은 83.3μT 이며,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은 전자계 인체 보호기준을 아직 도입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전국 송전선로 바로 밑에서의 전자계 측정결과 최대 측정치는 12.5μT 정도로 국제기준의 약 6.3%, 국내기준의 15% 정도에 불과하며, 송전선에서 멀어질수록 전자계 영향은 극히 적어 60m 떨어진 거리에서는 헤어드라이, 가습기와 같은 가전제품의 20~70μT 보다 더 낮은 전자계가 측정되었다.
한편, 국제암연구소 (IARC)에서 전자계를 발암가능 물질인 '2B' 등급으로 분류하였지만 이 등급에는 커피, 나물, 오이피클, 젓갈 등이 속해있는 것으로 일반인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 2007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8개 국제기구 및 국제협력 연구기관이 참여한 동물실험, 세포실험, 역학 연구 등을 수행하여 결과를 WHO 가이드라인 (Fact sheet No.322)으로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낮은 수준의 전자계 노출에 의해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이 밝혀진 바 없으며, 소아백혈병과 관계되는 증거는 원인으로서 고려하기에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가이드라인(200μT이하)보다 낮은 제한치를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과학적 사례로 송전선로와 같은 전력설비에 의한 전자계가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전자계 이하이며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정된 기준치 이하임이 입증되고 있다.
최근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한 민원들로 인하여 건설 일정이 지연되고 이에 따른 전력공급 차질은 큰 국가적 손실이 되고 있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이유있는 주장은 당연히 건설 과정에 반영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은 지양되어야한다. 전북 새만금 송전선로 건설사업도 전자계에 의한 암 발생 등을 이유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 중인데 적기 전력공급이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국가와 지역 주민의 큰 손해를 고려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전자계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협의와 협조가 절실히 요구된다.
/ 장길수(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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