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황모 (전주세무서장)
요즘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론' 강연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는 정의(Justice)란 어느 사회, 어떤 체제하의 누구에게든 가장 관심 있는 화두이기 때문일 것이다.
납세자의 날(3월 3일)을 맞이하여 '세금납부에 있어서 정의'는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세금과 직·간접적인 관련을 갖고 살아가며, 세금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근로자와 개인사업자는 소득세를 납부하고, 법인사업자는 법인세를 납부하며, 재산의 양도와 상속·증여의 경우에는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또한 납세자 본인 스스로 직접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지라도 일상의 소비 및 물품 구입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주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의 다양한 세금이 간접적으로 납부됨으로써, 세금이 인간의 모든 생활과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세금에서의 정의는 무엇일까?
재정학자들은 조세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공평성과 중립성을 든다. 공평성이란 소득 크기에 따라 세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고, 중립성이란 세금이 생산이나 소비에 대한 의사결정에 가급적 영향을 적게 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세금의 제도적인 측면에서 정의는 조세제도의 공평성이 담보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납부측면에서 세금의 정의는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자기가 번 소득에 상응하는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가장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로자의 경우에는 근로소득을 지급하는 사업자가 세금을 원천징수하여 납부하고, 소비 및 물품의 구입과정에서 납부하는 세금들도 대부분 물품을 파는 사람들이 징수하여 납부한다. 이렇게 소득을 지급하는 자와 지급받는 자가 모두 확인되는 경우에는(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금 탈루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확한 소득의 크기를 오직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세금회피를 위해 소득을 축소하고 싶은 유인이 생긴다. 주로 전문 인적용역 제공자들을 포함한 고소득 자영사업 소득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을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도 더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사회적 혜택을 돌려주는 방법이 성실한 세금의 납부이다.
세금납부에 있어서의 진정한 정의는 고소득자들의 성실한 세금납부, 즉 세금납부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실현될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 손황모 (전주세무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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