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회장)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일수록 전파력이 더 크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엔 악은 선을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좋은 흙과 영양분, 가꾸는 사람의 노력, 그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듯 좋은 일의 정착 또한 많은 시련과 시행착오, 굳은 의지, 그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은 생각과 동시에 행동을 변화시켜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과 행동의 변화. 이는 곧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엄중한 씨앗이 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작은 힘들고 어렵지만 뿌리가 깊고 나아갈 방향만 명확하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꺼이 해볼 만 한 멋지고 대단한 일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닮고 싶은 인생의 롤 모델로 션과 정혜영 부부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전셋집에 살면서도 매일 1만원씩을 모아 아이들의 생일이 되면 그 아이의 이름으로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는데 쓰고 있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 부부의 이런 착한 행보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굳건해진다. 광고 수입을 불우 이웃을 위해 기부하면서도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이들 부부의 모습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우리가 이들 부부에게 감명을 받고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들의 생활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꿈꾸고 갈망하던 삶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처럼 이렇게 진정성을 지닌 선의와 선행은 또 다른 선의를 만들고 선행을 낳는다. 그것이 바로 많은 젊은이들의 결혼관과 가치관까지 변화시킬 수 있었던 힘일 것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진다. 나눔의 전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자신이 고마움을 받은 적이 있거나 직·간접적으로 나눔의 기쁨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학비를 지원받았던 어린이가 장학재단 설립에 대한 꿈을 키우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이의 양육비를 충당할 수 있었던 어머니가 비슷한 상황의 또 다른 아이에게 희망을 나누어 주는 일은 바로 자신들이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렇게 나눔의 선순환은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킨다. '나 혼자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은 결국 나 자신 조차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본인 스스로가 확신을 갖고 나눔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간다면 그것을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도 점차 그 진실된 의지를 믿고 인정하게 될 것이다.
아일랜드가 낳은 유명한 극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쓰여 있다. 나눔에 대한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그대들이여, 행동하십시오. 행동이 쌓일수록 그것은 곧 당신의 인격이 될 것이고, 그것이 곧 더욱 빛나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다.
이제 지난 2월 28일로 적십자 회비 1차 모금이 종료되었다. 세상이 각박해졌다고들 하지만, 좋은 일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도민 여러분들이 회비 모금 운동에 동참해주셨다. 하지만 더 많은 독거노인과 조손 가정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추가 모금이 진행된다. 나눔의 영향력을 더욱 넓게 전파시키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적십자사에는 나눔의 기쁨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연중 내내 납부가 가능한 적십자 회비, 정기적으로 도내의 어려운 이웃을 지원할 수 있는 적십자 후원 회원 신청, 몸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적십자 봉사원 가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생각은 느리나 행동은 빠르다고 했다. 도민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여러분의 작은 실천으로 올 한 해 도내에 따뜻한 나눔의 온정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 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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