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기표 (한나라당 전주완산갑당협위원장)
최근 베스트셀러로 각광을 받고있는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보고 장교수의 저널리스틱한 관점에 난해한 경제학도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나 느꼈다.
그러나 이 책엔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라는 항이 있는데 자본에 종교라든가 인종, 또는 신념이 다른 그룹들에 관한 채프터는 독립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가 이슬람채권을 발행하는데 따른 법·제도적 차원의 정리를 둘러싸고 염려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한나라당과 정부 여당이 수번의 우여곡절 끝에 마련하기로 했던 제도도입 법 마련에 기독교측이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온데서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문제는 기독교측이 이슬람채권의 발행을 허용하면 현재 포교 구도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비롯된 듯하다. 교계 원로 목사님들과 정부 여당 관계자들이 정확한 내용을 예시하고 국민을 설득했으면 좋았는데 그 과정은 전부 빠져버린채 마지막 수순을 밟는 듯해서 계속된 연속 방송극에 최종회 만을 보는 것 같아 매우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위와 같은 요인과는 전혀 다른 경제문제가 핵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슬람채권 발행은 투자재원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대형자금을 합법적으로 국내에 들여와 산업에 활용하는 틀을 결정하는 제도정비 차원으로 이해를 하고 싶다. 잘 알다시피 이슬람 중동국가들은 석유를 개발해서 전 세계 부를 약 40% 가까이 국부펀드라는 이름으로 축적해 놓고 있다. 그런데 이 돈을 쓰려면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고 이슬람율법(샤리아)에서 금기시하는 투자는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술 산업이라든지, 도박, 이자수수 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율법으로 정하여 놓은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부문은 바로 투자가가 투자를 하고 채권을 가지고 있어도 이자를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형식으로 투자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이슬람 채권은 기다려 줄줄 아는 자본이라는데 매력이 있다. 최소한 20~30년간을 기다릴 줄 아는 채권은 국제시장에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슬람 채권은 아랍채권이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보면 오일 달러가 바로 그 소스이다.
오일 달러를 쓰자고 하면 별로 말썽이 없었을 것이다. 아랍채권이라는 말도 큰 거부를 일으킬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슬람 채권이라고 하면 종교적 의미가 부여되어서 여러 가지 억측과 오해와 불신이 쌓일 수 있다. 이슬람교는 자본에 이자를 받는 행위를 율법에 금하고 있다. 따라서 산유국들은 그 많은 오일 달러를 미국 국채를 사거나 또는 그 외의 믿을 만한 곳에 투자하고 싶어도 이율법에 어긋나지 않는 기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런 방법이 특혜로 보인다면 그것은 서로 설득되어져야 될 것이다.
그런 돈이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부문, 제조업 등에 투자되면서 산업자본으로 오래 남아 있다면 우리 실물 경제에 면역력 강화와 경쟁력 강화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지금 세계는 돈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실물경제의 한계를 금융기법을 통해 극복,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IMF때 혹독한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다양한 자금선 확보를 위한 제도 기반을 마련해 놓아야 다시는 그러한 시련을 겪지 않을 것이다.
오일 달러는 장기적 채권이며 기다릴 줄 아는 자본이라서 너무 탐이 난다. 그러나 오일 달러가 금단의 사과처럼 우리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 우리가 그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있게끔 설명해 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말씀을 드리고 싶다.
/ 태기표 (한나라당 전주완산갑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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