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국제정의와 동북아평화포럼 상임대표)
일본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대지진 참사로 일본의 핵 원전이 폭발해 방사능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한반도를 비롯한 중국·러시아, 심지어는 태평양에 위치한 미국까지 초비상 상황에 직면해있다.
지진 피해는 시간이 흘러 복구가 가능하지만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 보듯이 핵원전 참사의 참상과 피해 그리고 그 규모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다. 심각한 것은 15일 오전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의 2호기에서 무섭게 유출되는 방사능이다. 방사능 수치가 매시 8217 마이크로 시버트까지 올라 평소 기준치의 무려 16배까지 급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NHK는 2호기 격납용기가 파손되면서 핵 연료봉 노출이 이어지고 최악의 상황인 노심용해(melt down)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비관적 상황을 전하고 있다.
필자와 핵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중요한 것 한가지가 있다.
14일 폭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때문이다. 3호기는 원전 가동의 원료가 우라늄이 아닌 세계 최초로 플루토늄을 섞은 연료(MOX)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 독성은 우라늄보다 훨씬 더 강한 것으로 피해범위가 2배 이상 넓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죽음의 플루토늄을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인 45,000Kg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양이면 핵발전뿐 아니라 히로시마급 핵폭탄을 무려 5,000기나 만들고도 남는 양이다.
플루토늄을 원료로 하는 원전의 폭발은 상상할 수 없는 대재앙의 서곡인 셈이다. 플루토늄 원전이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뿐아니라 동북부지방의 도카이쿠라, 오나가와, 도마리 원전으로 곳곳에 산재해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플루토늄 생산공장인 롯카쇼무라 핵재처리장이 지진지역인 아오모리현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저명한 핵확산방지 '플라우셔우스' 재단 등 전세계의 NGO들은 이번 일본 원전사고를 세계 사상 최악의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자칫 '대재앙'으로 번질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속한 국제정의와 동북아평화포럼을 비롯한 국제 NGO들은 지난 20년동안 UN본부, 국제원자력기구(IAEA), 경제협력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미국, 영국, 프랑스 정부를 직접 방문해 일본의 플루토늄 지원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왔지만 플루토늄과 원전 수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에 눈이 먼 초강대국들은 이를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국제사회는 인류가 직면한 핵위기 해결을 위해 중대한 결정을 조속히 내려야한다. 특히 일본이 사는 길은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 전량을 즉각 폐기처분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양단간의 건곤일척의 결단을 즉시 서둘러야 한다. 만일 일본이 핵무기 보유라는 미련을 갖고 플루토늄 폐기를 머뭇거린다면 진도 9.0이상의 대지진으로 인한 핵폭발로 일본열도도 함께 최후를 맞을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류평화를 위한 일본의 플루토늄 폐기라는 대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 박경철(국제정의와 동북아평화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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