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전주지방환경청장)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 인구 중 약 75%만이 손쉽게 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25%는 생존에 필요한 물을 힘들게 구하고 있고 갈수록 그마저도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5%의 삶을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보이는 그들의 삶은 힘들고 처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몇 시간을 가서 말라버린 강바닥을 파고 흙탕물을 길어 먹는 아프리카 여인들을 TV를 통해 보면서 물의 소중함과 함께 물 부족의 심각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놀랄만한 사실은 제대로 된 정화과정 없이 먹는 오염된 물로 인해 어린 아이들이 죽어간다는 것이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한 '2006 인간개발 보고서'의 내용이다.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해 죽어가는 전 세계 어린이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사망하는 어린이의 5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은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몸의 60%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고 1~3%가 부족할 경우 심한 갈증을 느끼고, 5% 부족 시 혼수상태, 12% 부족 시에는 사망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왜 땅을 파고 더러운 물이나마 마실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겠다. 생존을 위해 마신 물이 결국 생명을 위협하는 독으로 작용함에도 말이다.
우리의 물 사용은 어떠한가?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먼 길을 가는 일도 땅은 파는 일도 없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깨끗한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그래서 '물쓰듯' 물을 쓰고 있다. 간혹 가뭄으로 급수가 제한되었던 일을 떠올리면 당연한 일만은 아님에도 당장의 편리함에 물의 소중함은 잊어버리게 된다.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물의 순환이 빨라지면서 순간 많은 양의 물이 증발되거나 많은 양의 물이 다시 땅으로 내리는 현상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즉 가뭄과 홍수가 잦아져 우리나라의 주된 물 공급원인 강이나 하천의 물을 마르게 하거나 또는 넘치게 하여 안정적인 물 확보에 큰 어려움을 갖게 될 거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준설 및 보 설치를 통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물의 의미와 중요성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마침 오늘은 UN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UN은 1965년부터 국제 수문 10개년 사업을 벌여 세계 수자원의 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조사해왔다. 1992년 6월에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UN 환경개발회의(UNCED)를 개최하여 지구의 환경질서 보전을 위한 '리우선언'과 그 실천 계획인 'Agenda 21'을 채택해 21세기를 향한 지구환경보전 종합계획을 제시하였다. 마침내 1992년 11월, 제 47차 UN총회에서 'Agenda 21'에 포함된 건의를 받아들여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선포 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물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제고 및 물 절약·물 사랑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하여 1995년부터 정부 차원의 기념식 개최 및 각종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환경부 및 국토해양부 공동 주관으로 물의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는 행사가 개최되며 전국 곳곳에서 물 관련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통해서 항상 옆에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물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또한 우리가 생활 속에서 물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고 실천해 보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나와 우리 가족, 멀리서 물로 고통 받는 이들과 지구를 위해서 말이다.
/ 이윤택 (전주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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