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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 원전과 한반도 안전문제

박성훈 (호원대 초빙교수·전 경수로사업기획단 부단장)

지금 세계 각국은 일본 동북부 지방에 들이닥친 대지진과 해일, 그리고 위험에 처한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안전문제를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새삼 자연재해의 무서움과 핵 안전문제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천재지변이나 안전문제에 대한 대비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일본이 이 정도라면, 차제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원전 보유국들은 철저하게 시설들을 재점검해보고 유사시를 완벽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에 있는 원전 시설들 뿐 아니라 북한에 있는 핵 시설들도 한반도 지역의 방사능 안전문제와 직결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함경남도 신포에 한국이 주도하는 원전 건설공사가 한동안 진행된 적이 있었다. 35%의 공정에서 결국 중단되고 말았지만 건설되던 원전의 모델은 첨단의 한국형 경수로였다. 이 사업은 북 핵무기 문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북측이 원전제공을 요구함으로써 시작된 것이었다.

 

북한의 핵무기 제조 의혹이 대두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였다. 북한내 영변 핵단지의 여러 시설들 중 5메가와트 규모의 실험용 원전과 방사화학실험실은 핵무기 재료인 플류토늄 추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시설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여러차례 사찰한 결과 이 시설들은 단순한 원전 연구용이 아니었다.

 

북측은 핵의혹이 제기되면 일단 평화적인 원전 연구용이라고 둘러대다가, 나중에는 미국의 위협에 대응할 핵무장이 목적이라면서 스스로 핵무기 보유국임을 기정사실로 선포해왔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핵 포기 압력이 가해지자, 1993년 3월 북측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그 이듬해에는 실험용 원전에서 폐연료봉을 인출해놓고 재처리하겠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협상이 깨지자 당시 클린턴 미 행정부는 영변 핵단지의 시설들을 정밀폭격 할 작전계획까지 세웠으나 우리측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카터 전대통령을 평양에 보내 김일성과의 담판으로 협상을 재개하여 우여곡절 끝에 북핵문제는 결국 합의에 이르렀다. 이것이 곧 '제네바 합의'인데, 주요 내용은 북측의 핵의혹 시설들에 자물쇠를 채우되 그 대가로 최신식 경수로 원전(1000 메가와트 급) 2기를 건설, 완공될 때까지 매년 중유 50만톤 씩을 북측에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경수로건설 지원사업'은 2002년 북측이 합의를 위반하고 핵의혹이 또다시 제기되자 염려대로 중단되어 종료되고 말았다. 그 후 북핵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협상해 오다가 지금은 중단되어 있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996년 7월7일 경수로 건설사업 초기에 필자는 원전을 지을 땅을 결정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함흥 근처 신포에 가서 부지의 안전성분석 보고서와 환경영향평가서 등을 작성하며 한동안 체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북측 원전 기술진의 수준과 핵 관련 안전법규의 미비함, 북한 전력의 질과 폐쇄적 관리시스템 등을 보면서 과연 이들이 현대식 경수로원전을 턴키로 기증받는다 해도 안전하게 운전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경과 평양을 왕복한 고려항공과 평양과 신포를 오갔던 야간열차는 이러한 걱정을 직접적으로 확인시켜준 좋은 예였다. 밤 10시에 평양역을 출발한 열차는 장맛비 속을 느린 속도로 달리다가 오르막 길에서는 어김없이 전압부족으로 기관이 정지되어 뒤로 굴러 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는데, 칠흑같은 밤이 새도록 겪었던 공포감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이제 원전건설 지원사업은 중단되어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북측이 열악한 시스템과 안전불감증, 부족한 자본과 기술수준에도 불구하고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목표로 서둘러서 북한형 경수로 원전을 완공한다고 하니, 그 안전성을 또 다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관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북핵시설의 안전 문제는 6자회담에만 맡길 게 아니라 남북 간에도 적극 챙겨서 국제공조와 남북협조로 동시에 대처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는가.

 

/ 박성훈 (호원대 초빙교수·전 경수로사업기획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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