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가정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돈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돈의 의미나 소중함보다는 단순히 화폐 기능만을 소개한 교과서 내용이 전부였다.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유교사상 덕분에 과거에는 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거나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속물근성이 강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 돈을 모르고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이제 돈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나 상징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소박하고 평범한 보통 사람도 목표에 맞게 아끼고, 모으고, 현명한 투자활동을 통해 부자로 향하는 진행형에 오를 수 있는 시대다.
어릴 때부터 우리 아이가 돈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경제마인드를 키우면 유대인처럼 강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교육과 입시에 지쳐 있는 자녀에게 돈에 얽힌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녀가 올바른 경제마인드를 통해 합리적으로 살아가길 기대한다면, 어릴 때부터 돈은 필요한 것이고 소중한 것임을 잘 알려줘야 한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경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보고, 체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어려운 용어로 도배되거나 세계 경제나 거시경제가 튀어나오면 거부감이 일어날 것이다. 평소 자녀와 대화하면서 돈의 흐름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고, 가정의 수입과 지출내용을 공유한다면 일찌감치 돈의 값진 의미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투자상품을 함께 골라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곡차곡 모은 용돈을 투자상품에 투자해 돈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불어나는지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가족을 위해 새해 아침 결심하고 실행하지 못한 금연을 다시 선포하고, 매일 2,500원씩 담배를 사는데 들어간 돈을 모아보는 건 어떨까? 또는 점심값에 맞먹는 5,000원짜리 커피를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로 대체하고 그 돈을 모아보자. 이렇게 하루하루 절약할 수 있는 돈을 월로 계산한다면 대략 한 달에 20만 원 정도는 거뜬히 모을 수 있다. 이 돈을 가족의 공동자금으로 함께 마련해 보는 것이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될 때까지 꾸준히 모은다고 생각해 보자. 액수를 떠나 값진 돈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경제교육이나 투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최근 금융기관을 포함해 다양한 곳에서 어린이 경제교육이 한창이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족이 참석하는 프로그램들도 눈에 띈다. 놀이공원에서 뛰어 놀거나 산과 들로 자연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은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경제교육에 참가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금융강국을 꿈꾸면서도 돈에 대한 인식이나 체계적인 교육이 개선되지 않으면 금융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돈을 잘 이해하고 경제마인드를 갖게 된다면 국가를 점점 부강하게 만드는 토대가 되어 줄 것이다.
/ 박진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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