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식(김제시장)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 중 하나가 이웃사촌과 정을 나누는 것이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는 미덕이 바로 우리 민족의 자부심이자 본질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웃을 괴롭히는 경우도 많았다.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통해 북한이 획책했던 적화통일 야욕은 전후(戰後)에도 반성은 커녕 수많은 도발로 이어졌고, 심지어 핵무기를 들먹이며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협박을 일삼아 왔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틈바구니에 끼다보니 스위스와는 달리 평화를 유지하기에 매우 어려운 나쁜 이웃들을 갖게 됐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영토욕이 교과서 왜곡으로까지 번지고,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날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잘못된 이웃은 국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항상 형제처럼, 친구처럼 여겼던 전남·광주가 최근들어 전북에 나쁜 이웃으로 변질되는 게 아닌가 해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조선시대 이익의 '성호사설'을 보면 벽골제를 기점으로 서쪽은 호서(湖西), 남쪽은 호남(湖南)이라 하여 전북, 전남, 광주가 한 뿌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전라(全羅)는 조선시대 감영이 있던 전주, 나주의 합성어로 위치상 전라북도가 상도(上道)고, 전라남도는 하도(下道)라 불러왔다.
오랜 세월 '호남권'이란 지역공동체 범주로 묶여져 한 집안처럼 다정하게 지냈던 것이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 광주에서 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났을 때 전북도민이 먼저 합세했고,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 때에도 전북이 강력하게 동참한 게 엊그제 일이다.
최근들어 과학비지니스벨트의 광주 유치를 위해 전북에 보낸 협조 요청도 우리는 흔쾌히 수용했다. 호남과 영남간 대결이 극을 이뤘던 1971년 대선에서부터 전남 출신 김대중 야당후보의 대통령 만들기에 전북도민은 90%가 넘는 전폭적인 지지를 계속 보내줬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 임기 5년동안 전북을 배려해서 우리를 감동시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목포, 광양항이 행여 손해볼까봐 새만금 신항만 예산확보를 다른 지역도 아닌 호남에서 방해했다는 보도에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엊그제다.
그런 작태가 한술더 떠 벌어지고 있는 게 지금의 형국이다.
최근 전남지사와 광주시장이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반대 공동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하니, 이거야말로 윈윈은 커녕, '너죽고 나살자'는 식의 막보기 행태다. 그들의 안중에 전북인은 전혀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새만금 사업은 20년 만에 33.9㎞ 방조제가 완성되고 있다. 이처럼 장구한 세월이 흐른 데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중에 공사가 중단되었던 전북 홀대의 뼈아픈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하루아침에 우정을 저버린채 '너죽고 나살자'는 식의 극단적 지역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전북도민들은 분기충천의 심정을 삭일 수 없다.
전남, 광주인들이여!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고로 이웃을 대하라. 호남권을 관할하는 공공기관, 사기업체의 본부가 과연 전북에 몇 개나 남아 있는가.
겨우 새만금사업 해외 참여자들의 왕래를 돕기 위해 비싼 사용료를 주는 미공군기지인 군산공항의 한 모퉁이에 활주로 조금 늘려 숨통을 트고자 하는데 이를 마구 깔아 뭉개는 모습이 부끄럽지 않은가.
전북인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저들이 필요할 때면 호남인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불필요하면 무시해 버린다면 나쁜 이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전남, 광주인들에게 더 이상 속지말자고 호소한다.
이번 기회에 '전북 홀로서기'를 기필코 이루어 내자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 이건식(김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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