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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책을 통해 세상을 보자

임정엽(완주군수)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혹한이 계속된 가운데 구제역까지 엄습해 축산인은 물론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 잔인한 계절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리비아 사태로 인한 물가 불안과 일본 대지진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이 땅에 봄은 왔어도 진정한 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작년이나 그 이전에 비해 나라 경제는 호전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대부분 하루하루를 쫓기듯 정신없이 살아간다. 온갖 근심걱정 다 짊어지고 자기 자신만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이런 때일수록 여유를 갖고 발상을 달리해 보면 어떨까?

 

인간의 행복은 결코 거창하거나 멀리 있지 않다.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진짜 행복이다. 그러기에 인간의 행복은 나비와 같아서 잡으려 하면 달아나고 가만히 있으면 날아와 앉는다고 한다. 새 봄에는 황폐화해져가는 자신을 지키면서 각박한 세상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책을 가까이 해 보자.

 

책 속에는 우리의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으며, 미래까지도 엿볼 수 있다. 바다 보다도 깊고 넓은 정보와 생활양식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책이야 말로 삶의 지표를 제시해 주는 행복 나침판이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는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생각하는 힘과 세상을 헤쳐 나가는 능력은 책이나 신문 같은 활자매체에서 길러진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고 지식기반 사회이며 상상력의 시대이다. 치열한 국제경쟁 사회에서 외국어 능력이나 단편적 기술습득 능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현대인들은 건강을 위해, 오래 살기 위해서 운동은 매일같이 하면서도 항상 독서는 뒷전으로 밀려있다. 어쩌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 성인 3명중 1명은 1년에 책 한권도 안 읽는다고 한다. 교육열 세계 1위, 대학 진학률 세계 1위인 나라에서 믿기 어렵지만 부끄러운 진실이다.

 

우리 조상들은 지식을 위한 수단이면서 지혜를 터득하기 위한 삶으로써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집안이 잘 되려면 세 가지 소리인 '아기 울음소리, 책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아기가 태어나 자라면 그 아버지는 전국을 다니며 과거 급제한 1천명을 찾아가 한 사람에 한 자씩 부탁해 책으로 엮어 교육시킨 것이 '걸자천자문'이다.

 

송나라에서는 "고려가 너무 책을 많이 수입한다"고 불평하며, "책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정에 건의하기도 했다.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이라는 기행문에서 "고려왕실에 소장하고 있는 책이 수만 권에 이르며 누추한 거리에도 책을 파는 곳이 많았다"고 극찬했다.

 

1866년 강화도를 습격하여 우리나라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해 간 프랑스 군인들은 "조선에서 감탄할 수밖에 없고 프랑스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가난한 집에도 어디든지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고 보고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일본이나 중국이라는 '블랙홀'에 흡수당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문화정체성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임정엽(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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