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엽(전라북도 혁신도시추진단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전북과 경남을 넘어 범국가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마저 특정지역 편들기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국론이 분열되고 해묵은 영·호남 지역감정까지 들끓고 있다.
최근 여권 핵심관계자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LH본사는 경남으로 일괄이전하고 전북에는 다른 공공기관을 보내 균형을 맞출 방침"이라고 했고, 다른 여권 관계자도 "현 정부에서 공기업 선진화의 상징으로 통합했는데 본사를 찢어놓는 것은 경제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심함이 도를 넘고 무지함이 하늘을 찌른다. 정부와 여권의 잘못은 지금까지 만으로도 충분하고 넘친다. 이미 정부는 LH이전 문제로 명분과 신뢰를 잃었다. 앞으로 최종 결정과정 만큼이라도 투명하고 예측가능하며 신뢰와 공정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2009.4.16일 LH통합공사법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통합본사의 본사기능은 분산배치 하되, 사장이 가지 않는 지역에 인원을 추가배정 한다'고 분산배치 원칙을 밝혔다. 또한, 2011.3.3일 최규성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전북과 경남간 빅딜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분산배치 하겠다'고 답변했다.
사목지신(徙木之信)이란 말이 있다. 정부의 공신력이 떨어지면 국력이 약화되고 국민이 도탄에 빠지게 된다. 정부의 원칙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예측불감증과 갈등관리의 무능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LH공사로 통합되면서부터 당연히 전북과 경남의 지역갈등이 예견됐다. 그렇다면 정부는 당연히 갈등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등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다했어야 한다. 충분히 예측가능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안일하게 방치하고 정치권의 눈치나 살펴온 정부의 처사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또 결정과정의 투명성(Transparency)을 요구한다. 믿음(Credibility)도 없고 예측(Predictability)도 할 수 없는데 투명하지도 못하다면 G20 의장국 역할을 반납해야 한다. 당초에 '분산배치'한다고 했다가 슬그머니 '통합의 효율성'을 흘리기 시작했고 최근엔 여권관계자의 입을 통해 '경제논리'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균형발전 논리로는 안 되니까 억지와 생떼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스럽다. 어떤 논리로도 전북은 자신이 있고 준비가 되어 있다. 걱정스러운 건 정치논리, 힘의 논리, 무지한 억지논리로 가는 것이다.
끝으로, 정부와 여권 관계자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방안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통합자체가 선진화는 아닐 것이다. 분산배치는 분리배치(찢어놓자)나 분할배치(쪼개자)와는 다르다. 분산배치는 통합의 중복성(Duplication), 비효율성을 배제하고 토지부문과 주택부문별로 상호경쟁과 책임경영을 통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LH경영 정상화를 이루자는 전략적인 배치인 것이다. 바둑에서도 하수의 행마는 뭉쳐 다니고 고수는 돌을 적절히 분산시킴으로써 효율을 높인다.
전북에서 분산배치 일환으로 주장하는 부문별 사업부제(CIC)는 효율성을 전제로 한 공기업 선진화에 부응하는 것이고, 사회갈등비용과 균형성장을 위한 미래 기회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경제논리이며 대한민국 국익에 부합되는 방안이다.
/ 김종엽(전라북도 혁신도시추진단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