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범(전북대 국제문화교류연구소 소장)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 전통 음식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미각의 평가모형 개발과 활용 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인문학, 심리학, 식품공학, 정보공학, 감성공학 그리고 문화 콘텐츠를 전공하는 전북대와 전주대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 전통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필자도 공동 연구자로서 인문학적인 입장에서 한국 전통 음식속의 문화성을 탐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전통 음식의 세계화에 대한 연구가 여러 곳에서 수행되어 왔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음식의 맛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데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문화성에 대한 개발을 소흘히 다뤄 왔기 때문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한국 전통 음식은 외국 전통 음식과 차별화된 문화성을 규명하는 일만이 한국 전통 음식의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타문화와 구별되는 전통 음식에 내재돼 있는 신화성, 미학성, 약리성 그리고 음양 오행 철학성이라는 문화성을 밝혀 내는 일이 선행 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는 지면 관계상 한국 전통음식에 숨겨져 있는 극기의 문화성을 단군신화 속에서 찾아보는 것이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데, 단군신화에서 나오는 곰이 마늘을 먹고 100일을 이겨내어 인간으로 변신하는 단군신화를 한번 들어가 보기로 한다. 단군신화에서 요구하는 강력한 냄새를 풍기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서 견딜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통과의례의 게임이었다. 이것은 곧, 시련의 시간을 극복하면 곰이 웅녀가 될 수 있다는 암시가 내재돼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마늘 속에 이러한 신비한 힘이 내재돼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단군 신화에서 마늘과 쑥을 먹고 곰이 어두운 동굴에서 100일이라는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웅녀로 변신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단군신화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어두운 동굴의 공간과 100일이라는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우리 한국인의 극기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보인다.
인류학자 엘리아드의 성년식(Initiation)의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곰이 동굴에 들어가는 과정을 입사(Entry)단계로 본다. 그 후, 곰이 어두운 동굴이라는 공간에서 100일 동안의 시간에 쓰디 쓴 마늘과 쑥을 먹는 과정을 시련(Ordeal)의 단계로 볼 수 있다. 이어서 곰이 어두운 동굴의 공간과 100일 이라는 긴 시간을 이겨내어 웅녀로 변신하는 과정을 곰의 죽음(Death)단계로 본다. 그리고 다시 곰이 웅녀로 탄생되는 과정을 재생(Rebirth)의 단계로 해석된다.
이렇게 완전히 미성숙한 곰이 인간으로 변신되어 가는 단군신화 이야기 속에서 그 어두운 공간과 100일이라는 시간을 이겨내고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마늘과 쑥을 먹음으로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단군신화에서 곰이 웅녀로 변신할 수 있는 힘은 마늘이라는 매개체가 작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이라는 동물이 인간으로 변신되는 데, 마늘이라는 먹거리가 중요한 힘의 상징이며 꿈을 이루는 소원의 상징으로 신화의 주제로 부각되어 있다.
이러한 면에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며 인내심이 강한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서 웅녀로 변신하는 단군신화는 한국 민족의 몸속에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극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문화적 기호의 보고로 이해된다.
/ 진상범(전북대 국제문화교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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