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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연아와 마오' 최후의 대회전

서호련 (한국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

 

지난해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열전은 한편의 영웅서사시였다. 아름다움과 기술을 동시에 뿜어내야 하는 피겨 스케이팅 종목·라이벌인 두 소녀, 그것은 한국과 일본의 대전이었다. 경기 이전에 연아는 그의 일기장에 '왜 하필 아사다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을까' 라고 썼다고 한다.

 

삼국지에서 두 영웅을 뽑으라면 단연 제갈량과 주유를 들 수 있다. 주유는 일명 문무 겸장이다. 제갈량은 문(文)으로는 주유에 앞섰지만 무(武)의 경우 주유가 훨씬 앞섰는데 ,특히 해전에 있어서는 그를 따라 갈 자가 없었다. 적벽전투도 대부분 주유가 진두지휘했으며 제갈량은 단지 유비와 손권 즉 촉과 오나라의 동맹을 맺는 전략에 성공 했을 뿐이다. 실제로 적벽대전은 조조와 주유의 싸움이었으며 화공법도 주유·방통 그리고 제갈량의 합작품이었다. 전장에서 장수들을 직접 이끌며 지휘하는 지략과 전략을 함께 갖춘 충성과 우정의 주유를 삼국지 정사에서도 제갈량 못지않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천하의 영웅 주유였지만 유비와의 전투에서 입은 독화살의 상처로 36세의 꽃다운 나이에 요절했다. 죽기 전 "하늘이여 주유를 내셨거늘 어찌 제갈량을 또 내셨나이까"라고 외치면서 쓰러진 것이다.

 

아사다 마오 그리고 김연아.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하는 두 천재가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을 모두가 탄식한다. 그들은 나이도 같다. 그들의 대결은 한·일 두 나라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었다. 그들은 2008~2010년까지 세 차례 서로 번갈아가며 세계 피겨 선수권의 정상에 올랐고,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연아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 뒤 아사다는 계속 부진하여 몰락 직전까지 이르렀으나 극적으로 기사회생하여 2010년 12월 드디어 전 일본선수권 4 연패를 달성했고 올 2월 대만 4대륙대회에서 시즌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준우승함으로써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여 세계선수권 2연패를 향한 자신감을 되찾았다.

 

24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의 연아와 아사다의 숙명적인 대결이 이번으로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둘의 대결은 여전히 여자 싱글 세계 최대의 '흥행 카드' 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연아, 지난 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아사다는 이번 대회 우승에 특히 목말라 하고 있다. 연아는 국민적 염원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우승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사다는 더 절박하다. 대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절대 절명의 사명감까지 띠고 있다.

 

왜 이렇게도 주유와 제갈량의 처지와 흡사한가? 이미 주유는 적벽대전이 끝나고 난 뒤 "그 누구도 승자는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행여라도 아사다가 주유처럼 화병을 앓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국궁진력 사이후이 ( 鞠躬盡力 死而後已 )! 몸을 굽혀 죽도록 힘쓰고 죽은 후에야 하던 일을 멈추겠다.

 

제갈량 출사표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 말은 정치인이나 관료·체육인·예능인, 우리 모두에게 좌우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서호련 (한국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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