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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가정의 달, 공정한 사회를 생각한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

 

"시인 정호승입니다. 저도 교보문고에 빚이 참 많습니다." "아닙니다. 책을 보신 많은 분들이 세상을 밝히고 있으니까요."

 

대강 이러한 내용인데,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들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그리고 이 광고를 듣는 청취자들로부터 차츰 우리 사회 구성원들로 '이렇게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확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한다.

 

고객이 기업에 고마워하고 기업은 고객에 고마워하는 사회,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고마워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고마워하는 사회, 정치인은 믿어 준 유권자에게 고마워하고 유권자는 정치인에게 고마워하는 사회, 공직자는 국민의 세금에 고마워하고 국민은 그들을 믿고 격려하며 기꺼이 세금을 내는 사회. 이렇게 상대방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데도 정직하지 못한 상술, 당리당략에 따른 입법, 편파보도, 부정부패, 낙하산 인사, 약육강식의 기업문화 등이 가능할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 문제도 쉽게 실마리가 풀린다. 얼마 전 발표된 대학 적립금을 보면 천문학적이다. 그럼에도 늘 등록금 인상 타령이다. 대학이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최고의 교육기관인지, 학생을 볼모로 돈벌이만을 추구하는 악덕기업인지 헷갈린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세계 2위임에도 대졸자 취업률이 4년제 40%, 2년제 65%이고, 그 중 40% 가량이 비정규직이며, 기업이 대졸자 재교육에 19.5개월의 시간과 6100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한단다. 게다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의 한국 대학 경쟁력은 57개국 중 51위란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성인이 되기까지 무려 3억 원 정도가 드는 교육비가 부담스러워 43%가 출산을 포기한다는 현실이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가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음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정사회에 목말라 했는지 가늠케 해 준다.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중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1995년 한 TV 인터뷰에서 했다는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의 많은 부분이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벌어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는 말이 감동적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이래 지금까지 1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다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이고 실천인가. 그에 비해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를 비롯한 편법 상속과 증여, 심지어는 성직자라 일컬어지는 초대형 교회 목회자 자리까지도 대물림 하는 것을 보면 실소를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지난해 정부는 공정사회 건설을 표방했다. 그에 따라 입안된 여러 정책들이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쳐 한동안 삐걱거리는 잡음이 들리더니 요즘은 그마저도 잠잠하다. 공정한 사회의 건설, 거창한 구호가 필요 없다. 물질만능주의만 벗어나면 된다. 더불어 사는 삶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를 고마워하며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게 되면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는 위로부터 이루어져야만 성공한다.

 

쿠바는 의사·교수보다 청소 노동자의 임금이 높고 노르웨이는 버스 기사의 임금이 더 높다고 한다. 어렵고 힘들며 위험한 일을 더 높은 가치의 노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임금 체계가 옳다고만은 할 수 없으나 한 번쯤은 곱씹어 볼 일이다. 가정의 달, 우리의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물려줄 것인지 모두가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기간이 되었으면 한다.

 

/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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