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철(전주보훈지청 보훈과장)
오월이 오면 신록의 화사함과 푸름이 생명과 희망의 물감이 돼 우리의 마음과 산하를 곱게 물들인다. 가정의 달이라 낳아주고 가르쳐주신 부모님과 스승님이 그립고 그동안 믿고 따라온 아내와 남편, 자녀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이들이 고마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딸기의 달이요,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중략)…연한 녹색이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피천득님은 수필 '오월'에서 청순하고 싱싱하고 생동감 넘치는 오월을 찬양하면서, 그 찬란한 오월도 때가 되면 속절없이 떠나는 무상한 죽음의 이미지와 결부시켜 탄생과 소멸, 생성의 신비로움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그런데 오월이 중순에 접어들면 뜨거움과 그리움의 느낌이 경건해진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뜨거운 피로 불꽃을 태운'광주의 오월'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민주화를 향한 열정이'민들레 꽃씨'처럼 뿌려지고 있어 5·18민주화운동의 의미가 더욱 찬란히 빛나는 것 같다. 2010년 12월 '쟈스민(튀니지의 국화(國花)) 혁명'에서 시작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운동을 31년 전의 5·18민주화운동과 관련지어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리고 성공적인 민주화운동으로 민주주의를 이뤄낸 대한민국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민주화 혁명을 통해 독재자를 축출한 이집트의 미래와 관련해 "한국이 하나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하고, 이슬람 국가들에게"민주화와 함께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을 본보기로 삼으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제9회 광주인권상을 수상한 아흐메드 말리크(파키스탄·60)의 수상 소감인 "5·18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로 31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은 3·1운동과 4·19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자발적 민중항쟁이며, 항쟁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상자는 사망 154명, 행불 70명, 부상 3208명, 기타 1628명 등 모두 5060명에 이른다.
국가보훈처는 이날을 기리기 위해 매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그동안 기념식에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전·현직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기념식에서 "오월 광주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시대의 아픔이며 비극이다. 광주정신은 우리 민주화의 정수이므로 국민통합 에너지로 승화시켜 선진일류국가 건설로 이어가자"고 했다.
올해 5·18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대정부 투쟁의식을 고취시키는 민중가요로 인식돼 2009년도부터 기념식에서 사라졌으나, 유족과 5·18단체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지난해 6월"내년 기념식에서 부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피와 눈물로써 추구했던 5·18광주의 가치는 미래 대한민국의 화합과 번영의 축이 돼 경제를 살리고 사회통합을 이루어 세계일류국가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어느 일부계층이 아닌 온 국민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며,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그런 모습 말이다.
가정의 달 오월에 사랑하는 가족과 많은 이들의 가슴을 시리도록 멍들게 한'광주의 아픔'을 쓸어안으며, 이 땅에 민주와 평화가 샘솟고 정의가 강처럼 흘러 더욱 늠름해지는 대한민국을 그려본다.
/ 최동철(전주보훈지청 보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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