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전주시장)
중국 소설가 루쉰은 '희망'에 대해 "누군가 한 사람이 가고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듯 희망이란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감한다. 보이지 않는 희망은 누군가 그것을 품는 순간부터 길이 되는 것임을….
내실 있는 전주의 봄 축제들
얼마 전 폐막한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한지문화축제'는 64만 전주시민의 희망길이 어떻게 열리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축제를 앞두고 사실 걱정이 많았다. 연말부터 이어진 시내버스 파업이 축제 개막 며칠 전까지도 타결되지 않은 데다 줄줄이 이어진 생활필수품 가격상승으로 활력이 넘쳐야 할 축제 분위기를 자칫 망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 것이다. 다행히도 시민사회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버스파업이 평화적으로 마무리 되고 축제가 개막하자 어리석은 걱정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도심 곳곳에는 즐거운 표정의 관광객과 시민들이 장관을 이뤘다.
어느덧 관록이 꽤 붙은 축제 조직위의 운영 솜씨도 빛났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유료관객 좌석점유율 86%를 기록했고 상영작들의 매진사례가 속출했다. 관람객 38만 명이 방문했고 해외 게스트들의 극찬도 쏟아져 다시 한 번 안정적인 도약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주한지문화축제 역시 가족단위 체험객이 지난해보다 50% 가량 증가하고 전주한지 생산업체들과 바이어들 간의 사업 계약이 줄을 잇는 등 전주한지의 생활화와 산업화에 한층 더 다가서는 성과를 거뒀다. 수많은 지역축제들이 명멸하는 요즘, 겉치레에 치중하지 않고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면서 내실을 기한 지역축제의 경쟁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명징하게 보여준 사례다.
시민의 힘으로 희망의 꽃 피워
사실 밖에서 본 전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전주를 대표해 국내외 방방곡곡을 다니며 느끼는 것은 많은 이들이 전주를 지속가능한 발전과 희망이 있는 도시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할 기업 하나 없던 소비도시가 몇 년 새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와 영화영상산업, 탄소산업 등 첨단산업을 동시에 육성하고 있는 '온고이지신'의 도시로 발전하고 있으니 대단하게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내게 전주가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전주 시민'이라고 말한다. 우리 전주시민들은 열정과 흥, 전주에 대한 자긍심을 나면서부터 지니고 있고, 또 이러한 역량이 다문화의 시대인 21세기를 맞아 만개할 테니 꼭 지켜보라고 자신 있게 답하곤 한다.
이러한 희망들이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길을 닦고 넓히는 노력들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축제를 통해 발산된 시민들의 에너지라든가 성과를 일회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전주경제의 중장기적 과제로 키워가는 데에 이미 상당한 노력을 쏟고 있는 상태다.
한바탕 축제의 주인공은 시민
이와 같은 노력들이 차근차근히 이어진다면, 비록 빠르진 않더라도 반드시 오늘보다 내일이 더 살기 좋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희망찬 전주로 발전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주시는 이를 이루기 위해 확고한 의지와 계획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전주에는 이 희망의 길을 함께 열어갈 충분한 역량과 열정을 지닌 멋진 시민들이 있지 않은가.
오는 6월에도 다양한 축제들이 전주에서 펼쳐진다. 전주단오제와 아태무형문화유산축제,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전북도민체전 등 굵직굵직한 축제와 행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누가 뭐래도 한바탕 축제의 주인공은 전주시민이다. 적극 참여해 전주의 멋과 흥을 신명나게 보여주고 이를 전주발전의 에너지로 바꿔내는 멋진 축제로 만들어주길 당부드린다.
/ 송하진(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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