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희(농진청 가축유전자원시험장장)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생물다양성 의정서가 채택됐다. 무엇 때문에 전 세계 192개 나라가 생물다양성 나고야 의정서를 채택했는지 별로 관심도 없고 의미도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는지는 연구자들마다 다르지만 최저치로 볼 때 170만~180만종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아직 발견도 못하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포함하면 생물의 종은 얼마나 될지 그 수치는 아무도 모른다. 인류는 수억의 생물들과 같이 공생하며 살아왔다. 이 수많은 생물들이 과거, 현재 우리 인류에게 많은 이익을 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 미래에도 이익을 줄 다양한 생물들이 멸종됐고, 멸종돼 가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이것을 우리 인류가 지금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영원히 복원할 수가 없다. 멸종된 생물의 복원은 공상 영화, 과학소설에서나 가능하다.
과연 우리 귀중한 문화유산인 가축유전자원은 어떤 상황인가?
지금 우리나라에는 토종 가축 종자가 없어지고 있다. 풍요로운 물질만능 속에서 20세기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대량의 농축산물 생산을 요구하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축의 규모 확대, 생산성 증대, 가축의 품종 개량, 사양기술의 개선이 비약적으로 이뤄졌다. 동시에 시설 자동화가 적극 추진돼 축산업의 규모화, 집약화 및 산업화로 인류가 풍성하게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를 닮아 얼룩소'라는 동시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러나 지금 그 소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조상들은 피모가 누런 황우, 피모가 푸른 청색을 띠는 청우, 호랑이 가죽처럼 반점이 있다해서 호우(호반우), 피부가 칡처럼 생겼다 하여 갈반우, 피모가 검다해 흑우 등 다양한 소들을 사육했다. 소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면 현재 피모가 누런 황우(한우)만 연상 할 것이다.
닭과 돼지도 마찬가지다. 조상들이 키윘던 토종닭(재래닭), 토종돼지(재래돼지) 등도 지금 멸종위기에 있다.
이렇게 멸종된 귀중한 가축유전자원을 농촌진흥청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은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 발굴하고 보존하고 있다. 흑우, 칡소, 백우, 왜소한우(미니한우), 긴꼬리닭 등을 발굴 보존하며 유전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당장에 산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기업이나 농업인들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굴 보존해야 된다. 그 옛날 어른들 말씀에 배고픔에는 항우장사도 없고 체면도 없다 했다.
농촌진흥청이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농업기술의 개발 보급으로 농업인들이 안전한 고품질 먹을거리를 생산, 공급해 줌으로써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치, 경제, 공업, 문화 등 다양한 다른 분야에 종사하면서 국민소득과 국격을 높이는 데 매진할 수 있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종자 주권과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재래종자를 보존하고 이용토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가축유전자원은 작지만 강한 농업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자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우리의 가축유전자원을 가지고 세계에서 유일 무일한 슈퍼 가축을 생산할지도 모른다.
/ 유용희(농진청 가축유전자원시험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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