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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삼례 기포일로

이민교(완주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장)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없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 7년이 지나도록 기념일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100여년 전 동학농민혁명은 중국 태평천국 혁명, 인도 세포이 혁명과 함께 열강의 제국주의 침략에 저항한 동양의 3대 농민전쟁으로서 우리나라 근대사에 빛나는 역사이다.

 

1894년 2월 '고부 농민봉기'와 4월 '무장기포'가 탐관오리들의 농민수탈로 인하여 전라도에서 일어난 '민중항쟁'이었다면 10월 '삼례기포'는 일본의 국권침탈에 맞서 싸운 '항일 농민전쟁'이었다.

 

고부 농민봉기는 고부군수의 학정으로 인하여 전봉준을 비롯한 20인이 사발통문을 작성하여 배포한 후 천여명의 농민이 고부관아를 점령하고 백산성에 진을 쳤으나 '고을의 경계를 넘으면 반란의 칭을 받는다'는 이유로 해산하였다. 고부 농민봉기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전봉준이 무장 동학 대접주인 손화중과 제휴하여 1894년 4월 25일 무장현 당산리에서 '포고문'을 발포하고 제폭구민(除暴救民) 깃발 아래 4천여명이 백산성에서 결진을 하였다. (동학농민혁명사)

 

1894년 7월23일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하는 치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 소식을 들은 전라감사 김학진은 8월6일 선화당에서 전봉준을 만나 나라의 어려움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하고, 전라도 53군현에 집강소를 설치, 농민이 주도적으로 민간서정을 처리케 하였다.

 

고종이 연금 상태에 처하자 대원군이 동학군을 불러들여 이에 대처하기로 하고 보은의 최시형, 전주의 전봉준, 남원의 김개남에게 밀사를 보내어 '국가의 운명이 조석에 달렸다'는 국왕의 밀지를 내렸다.

 

이에 전봉준은 1894년 10월8일 4천명의 군졸을 거느리고 전주부 삼례역참에서 기포하였다. 삼례역참에 대도소를 설치하고 척왜양창의(斥倭洋倡義) 기치 아래 의병을 모으면서 전국의 충의지사에게 함께 일어날 것을 촉구하였다.

 

동학 교주 최시형은 10월 16일 각포의 접주들에게 '전봉준과 협력 할 것'과 '전국의 동학조직이 기포하여 일본을 축출하기 위한 군사활동을 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천도교 창건사) 이에 북접의 각포 접주들이 일제히 무장봉기를 하였다. 11월 3일 황해도 해주에서는 농민군 수만명이 기포하여 해주성을 점령하였으며,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등 전국 도처에서 농민전쟁이 벌어졌다.

 

전봉준은 삼례를 출발하여 논산에서 '북접' 손병희 부대와 합류함으로써, 논산에서 공주로 진격할 때는 1만여명으로 불어나 있었다.「전봉준 공초록」에 의하면 '전주, 논산에서 의병을 모았다'라고 하였다.

 

동학 농민전쟁 과정에서 전주부 삼례역참은 농민의병을 일으킨 진원지이며, 대도소를 설치하고 남·북접이 뜻을 같이 하기로 함으로써 농민전쟁이 전국으로 확산된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삼례역참은 교조신원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곳으로서 광화문 복합상소와 쾌서사건, 보은·금구 집회로 이어졌으며 동학농민봉기의 원동력이 되었다 할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은 전 국민이 공감하는 국가 기념일이어야 한다. 갑오년 농민전쟁은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이후인 10월부터 전국적으로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 전라도에서 국부적으로 있었던 사건을 중심으로 기념일이 제정된다면, 마치 동학농민혁명이 전라도에서만 있었던 사건으로 역사가 왜곡(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당시 북접에서는 참여하지도 않았던 사건에 대한 기념일에 대하여 공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 이민교(완주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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