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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문화전문시민기자단 간담회…"역사는 가득 찬 이야기 보따리"

지난달 30일 본사 편집국장실에서 첫 만남을 가진 문화전문객원기자단이 새로운 연재물 '전북의 이야기를 찾아서'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추성수(chss78@jjan.kr)

고려시대 일연이 쓴 '삼국유사'를 보면 역사는 '거대한 이야기 보따리'다. 비디오 아트 창시자인 백남준은 '삼국유사'를 창작의 영감을 주는 상상력의 교과서로 여겼다. 따지고 보면 문화콘텐츠는 이야기산업이고, 모든 이야기의 젖줄은 결국 역사로 귀결된다.

 

역사의 두께와 스토리텔링 산업은 비례한다. 유대인들이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떠돌아다니다 조상이 살던 땅을 되찾아 이스라엘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구약'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대인들의 역사책인 '구약'은 정체성의 원천이었다.

(왼쪽부터)기명숙씨, 김승대씨, 양승수씨, 이병규씨. (desk@jjan.kr)

 

새로 꾸려진 본보 문화전문객원기자단(시민기자단)은 '전북의 이야기를 찾아서'를 통해 사람과 역사에 대한 재조명을 시작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있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르거나 숨겨져 있는 혹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문화·장소의 재발견을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기명숙(시인) 김승대(전북도청 문화재전문위원) 양승수(전 소리축제 프로그램팀장) 이병규(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조사연구부장)이 나서 전북의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아 매주 월요일 독자를 찾아간다.

 

지난달 30일 본사 편집국장실에서 첫 만남을 가진 이들은 새로운 연재물'전북의 이야기를 찾아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편집자 주〉

 

▲ 사회자(위병기 본사 문화부장) = 발달된 디지털 기술이 서사의 내용과 방법마저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드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긴 서사는 틀에 맞지 않다.

 

▲ 양승수 =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열었던 스토리텔링 공모전이 실패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야기란 개개인 '추억의 거품'과 같은 것이다. 발굴된 혹은 창작된 스토리텔링이 누군가에게 쉽게 공감을 얻기란 쉽지 않다. 4~5분짜리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상황이다. 이야기는 짧아야 한다.

 

▲ 기명숙 = 영국 작가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은 처음에 '영문학의 재앙'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디지털 시대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됐다. 하나의 큰 줄거리 속에 독립적인 이야기가 연결돼 있는 '반지의 제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병규 = 디지털 시대에는 과거처럼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야기에 즉각적인 댓글과 반응이 오기 때문이다.

 

▲ 김승대 = 이야기에서는 감동도 중요하다. '맛을 찾아가는 협객'들의 요리 대결을 그린 허영만의 만화 '식객'은 한국 음식의 정신과 문화를 그렸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면,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했을 것이다.

 

▲ 사회자 =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획력을 높이려면 각 지역의 이야기꾼 확보에 나서야 한다. 그 지역의 토박이들의 구술을 통해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중요한 것은 전주 중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 기명숙 =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금제사리봉안기'로 인해 1400년 이어온 무왕·선화공주 로맨스가 허구일 수 있다는 논란이다. 하지만 일연이 없었다면, 이들의 기막힌 러브 스토리와 미륵사의 거대한 석탑 이야기는 그냥 묻혀 버렸을 것이다. 이야기에서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허구적 요소가 가미돼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 김승대 = 전주를 전북의 문화를 대표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전북은 편의상 서남권, 동부권, 북부권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조선시대 이래 전주를 비롯해 익산, 김제 등은 수도권 문화의 성격이 강했고, 고창이나 정읍은 남도 문화의 영향이 많이 받았다.

 

▲ 사회자 = 단순히 이야기를 발굴하는 데서 그치지 않으려면 후속 보도에도 신경써서 이와 관련한 연구와 정책 제안을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 이병규 = 도내 동학농민혁명 전적지가 세 곳이 있다. 정읍 황토현 동학농민기념관만 논의돼서는 안된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발굴돼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목록에 올리려면, 장기적으로 세계의 농민운동과 연계하는 이야기가 발굴돼야 한다. 이것이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 양승수 = 맞는 말이다. 기획을 연재하는 데에만 그칠 게 아니라, 후속 보도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연재된 '전북의 문화콘텐츠 50'와 관련해 콘텐츠들을 재가공하기 위한 노력을 담아내는 과정이 생략됐다. 이번 연재에서는 그 부분을 충분히 살렸으면 한다.

 

▲ 기명숙 = '이야기하기(telling)'는 진행형이므로 변할 수밖에 없다. 결국 변하지 않는 본질은 이야기이다. 이야기와 관련한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도 환기시킬 수 있도록 힘쓰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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