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전주 드림솔병원 내과 진료원장)
얼마 전 대화 중에 우연히 샤테크란 단어를 듣게 되었다. 생소한 단어지만 대강 '무엇에 대한 투자이지 않을까'하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아니라 다를까 샤넬이라는 브랜드의 명품 가방을 미리 사두면 투자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란다.
원래 재테크라는 말은 보유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최대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재무(財務)와 영어(technology)의 합성어인 재무테크놀로지를 줄인 말로 원래 기업 경영에서 사용되던 용어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산을 안전하게 불려나가려는 일반 가계에서도 쓰이게 된 말이다. 고전적인 재테크 방법이던 저축이 더 이상 자산 증식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땅테크란 신조어가 생겨났고, 금 값 폭등으로 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금테크, 절세를 통하여 지출을 줄이는 세테크, 경제력을 갖춘 배우자와 혼인을 통하여 경제력을 확보한다는 혼테크 등 유행어가 알려졌다. 이 모두가 당시의 경제 흐름을 반영하며 나름대로 분석적이며 효과적인 투자 방법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기 전에 샤넬 명품 가방을 미리 사두면 이익을 낼 수 있다라는 샤테크라는 말은 국민적 공감 보다는 과소비를 조장하고 많은 불법 행위를 야기하는 반감을 유발하는 단어인 것 같다. 뉴스에 따르면 최근 인천공항 세관을 통해 적발된 면세 범위 초과 미신고 명품 가방 적발 건수가 전년에 비해 86%나 증가했다고 한다. 샤테크 열풍을 타고 벌어진 결과이다.
우리 국민의 이런 명품 사랑에 대해 명품 기업들은 어떻게 보답했을까?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국내 매출은 최근 5년간 많게는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명품 구입 자체도 증가하였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효과도 크다. 실제 샤넬 브랜드의 모 제품은 3년 사이 2배나 가격이 인상되었다. 유로화에 대한 환율이 낮아졌음에도 가격은 해마다 상승하였다.
이처럼 한국 소비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명품 기업들을 배불리며 싼 값에 명품을 구하기 위해 만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쇼핑을 떠나는 일부 소비계층의 행태가 과연 적절한 재테크일까? 명품의 구매는 우월감의 표현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우월하고자 하는, 또는 흔히 루저라 불리우는 열등인이 되기 싫은 의식이 명품 구매를 부추기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명품에 대한 잘못된 사랑을 바로 잡고 명품 중독으로부터 대다수의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자기 돈 가지고 명품 인생을 즐기겠다는 것을 탓할 수도 없는 현실이고 수입명품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백화점과 기업 또한 존재목적이 이익추구에 있는 만큼 부당한 규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하며 명품 구입으로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부끄러운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도록 국민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려서부터 애국심을 갖도록 교육이 필요할 것이며 기부 문화의 확산을 통한 나눔 정신, 그리고 대기업이나 부유층들이 도덕적이며 솔선수범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이 사회적으로 충만해지도록 하는 것이 샤테크와 같은 희귀한 신조어를 더 이상 탄생시키지 않는 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국산 제품의 질을 향상시켜 가격 경쟁을 통한 판매 우위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서는 3초마다 한 번씩 볼 수 있어 3초백이라 한다는 가방이 그렇게 자주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것이 진품이든 짝퉁이든 무조건적으로 구매하지는 않는 수준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흐뭇하다. 우리 전북도민들은 지역사회 문화를 사랑하고 국산품을 애용하여 대한민국에 투자하는 현명함을 보였으면 한다.
샤테크보다는 대한민국에 투자하자라는 의미의 코테크(코리아에 재테크)가 어떨까?
/ 이재홍 (전주 드림솔병원 내과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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