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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엔트로피와 교육

이세재 (시인·전주 우석고 교감)

 

 

과학자들은 우주가 탄생(빅뱅)하여 확장해 가다가 언젠가는 소멸할 것이라고 하며 이 우주의 확장을 시간이라고 한다. 마치 유리컵 속에 물을 담고 거기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잉크가 서서히 물에 퍼져나가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시간은 멈출 수 없으며 결코 역방향으로는 가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시간의 흐름은 우주만물의 물리적 변화를 동반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아무리 시간이 흘러 모든 물질이 변하더라도 그 상태가 변화할 뿐 우주의 총체적 에너지는 변하지 않는다는 열역학 1의 법칙과, 또한 그 변화는 점차 무질서한 상태로 변화한다는 열역학 2의 법칙 등은 이제 어느 정도 상식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올 여름 어느 방송사에서 방학특선으로 이러한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제작하여 방영한 것을 보기도 했다.

 

이 중에서 열역학 2의 법칙을 엔트로피법칙이라고도 한다. 엔트로피란 '무질서의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앞서 말한 잉크와 물에서 순수한 잉크(질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에 확산되면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화되는 것처럼 시간은 우주의 에너지를 무질서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바위가 서서히 그 모습이 변하여 모래가 되고 결국은 먼지가 되며 사람의 몸도 서서히 변하여 늙고 병들어 결국은 썩어가는 것 등은 모두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 이론은 물론 물리적 법칙이지만, 비단 물리현상만이 아니라 역사가 흐르면서 문명이 발전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현재의 물질문명은 물론 정신문화까지도 과거의 기준에서 보면 무질서하기 짝이 없다. 만약 조선시대의 어떤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고 하면 현대의 문명과 정신세계의 질서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까? 그에게는 물질과 정신이 모두 혼란 그 자체일 것이다. 인간은 진화하는 것이 아니며 문명의 발전이 행복의 척도는 아니다.

 

몇 십 년을 학교교육에 몸담고 있다 보니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현상에 대하여 자꾸만 이러한 이론이 생각난다. 특히 청소년들의 문화는 매우 심각하게 무질서를 향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을 휩쓸던 학교무용론이 이제 우리나라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학교의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모두 무질서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지면상 구체적인 내용을 전할 수 없어 안타까우나 국가적 역량을 모아서 고민해야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몇 년 전 도올 김용옥 선생은 '노자와 21세기'라는 강의를 통해 엔트로피 이론을 설파하면서 "시간은 강물과 같이 흐른다. 강물에 있는 모든 것들은 물결 따라 흐르며 깎이고 닳아서 엔트로피 증가의 세계를 향하여 가지만 단 하나 그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물고기, 즉 생명이다. 무질서를 향해 흐르는 시간을 역행하여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생명이다." 라고 말했다. 인간은 이미 과학적 이론 이전에 철학적 사유로 우주의 원리를 통찰하고 있었다.

 

인류는 역사를 통해 자유, 평등, 사랑을 얻었다. 이러한 것이 도올이 말한 생명운동에 속할 것이다. 자유와 평등, 사랑 등의 철학적 사유는 무질서의 인간역사에 질서를 잡아 준 생명력이다. 이러한 생명력은 물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세계를 역행하는 일이다.

 

교육은 분명 문명발전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교육의 본질은 문명발전의 역행선상에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교육은 청소와 같다. 인간의 삶은 시간을 타고 쓰레기와 무질서를 향해 달리는데 그 무질서를 되돌리는 청소가 교육인 것이다. 교육이 무너진 세상, 청소와 정리정돈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 이세재 (시인·전주 우석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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