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씹어 먹고 국물 덜 마셔도 뱃속 '잠잠'
물질이 풍요해지고 보건환경이 이전 세대에 비해 나아지고 있는 현대에 오히려 소화와 관련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보릿고개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해 고혈압·당뇨·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증후군 환자는 증가하고 있으며, 오염된 음식은 없어졌지만 통조림과 같은 가공식품이나 화학적 조미료가 첨가된 음식물에 자주 노출되면서 우리의 몸이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소화불량은 일반적으로 음식물 섭취 후에 생기는 고통스러운 여러 가지 증상을 표현하는 용어로서 흔히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비특이적인 용어이며, 환자나 의사 사이에서도 상이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환자의 경우 소화불량은 소화가 자연적으로 행해지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즉 복부팽만감, 중압감, 통증 등을 의미하며 다른 환자의 경우에는 속쓰림, 트림, 팽만감 또는 gas 충만감 등으로 표현한다.
우석대학교 부속한방병원 한방내과 강세영 교수는 "대부분 식후의 불편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갈수록 증상의 정도가 심해지고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갑작스런 체중감소가 있으면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화불량의 원인
소화불량은 크게 밝힐 수 있는 원인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눌 수가 있는데, 전자는 기질적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이며 후자는 신경성, 기능적 또는 비궤양성 소화불량 등으로 불린다. 기질적 질환은 다시 식도질환(급성식도염, 만성역류성 식도염, 식도운동장애, 식도협착 등), 위·십이지장질환(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하수, 위무력, 위암 등), 담도질환(담낭염, 담석증 등), 췌장질환(췌장염, 췌장암 등), 장질환(과민성 대장증후군, 흡수부전, 장폐색, 복부암, 허혈성장염 등), 전신질환(폐결핵, 울혈성심부전, 신부전, 만성간질환, 당뇨병, 악성종양, 요도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능적 소화불량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는 정신적 인자가 증상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의미다. 정신적 인자는 환자가 당면한 문제의 원인이나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며, 특히 중요한 것은 우울증, 분노, 불안, 걱정 등 이다. 기능적인 장애이므로 그 양상이 복통 혹은 복부불쾌감, 식후 포만감, 조기 만복감, 식욕부진, 구역, 복부 팽만감, 구토, 트림, 가슴 쓰림, 역류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며, 대부분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많은 환자들이 생활의 불쾌감, 불편감을 함께 경험하고 삶의 질이 저하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한의학에서의 소화불량
한의학에서는 기질적 소화불량일 경우에는 크게 담음(痰飮)이나 어혈(瘀血)로 변증해 치료를 하며 기능성 소화불량일 경우에는 비위기허(脾胃氣虛), 비위음허(脾胃陰虛), 비신양허(脾腎陽虛), 비신음허(脾腎陰虛)로 나눈다. 특히 신경을 과도하게 써서 오는 위장질환일 경우에는 간기울결(肝氣鬱結), 간기범위(肝氣犯胃), 간기승비(肝氣乘脾), 심비혈허(心脾血虛), 심담허겁(心膽虛怯) 등으로 나눠 치료를 하며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병원에 가기 전에 체크할 점
소화불량을 느꼈을 때에는 조건과 부위와 양상을 명확히 살펴 병원에 가기 전에 파악하고 있어야 진단에 도움이 된다. 영양상태, 체중의 변동과 식욕과 함께 불쾌감이나 고통의 부위와 지속시간, 빈도, 증상과 음식물 섭취와의 시간적 관계, 특별한 음식물의 섭취와 증상과의 관련성이 있는가, 대변의 변화 등을 미리 알고 있다면 의사가 진단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한의학에서의 치료
한방적인 치료는 약물치료(환제, 산제, 첩약), 뜸치료, 침치료, 부항요법을 실시해 담음이나 어혈을 제거하고 약해진 소화기능을 북돋으며, 기를 소통시킴으로써 동반하는 불안, 불면 등의 신경성 증상도 개선시키고 있다. 더불어 생활습관 개선 지도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치료와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소화불량 예방법
모든 위장질환의 개선을 위해서는 자극적인 음식(술, 너무 짜거나 매운 젓갈, 튀김,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 등)을 피하는 것은 기본이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을 섭취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소화기를 태어난 이후의 몸을 지탱해 주는 근본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음식물을 통한 에너지 및 몸의 구성물질을 섭취하지 못하면 삶을 지속시켜 나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중한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소화흡수도 더 잘 되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오래 씹기이며, 사소한 것 같지만 꾸준히 실천하게 되면 약해졌던 소화력이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밖에 식후 물 섭취를 30분정도 제한하거나 식사 시 국물류의 섭취를 덜하기만 해도 가벼운 트림, 팽만감, gas 충만감 등이 개선되는 것을 단기간에 경험할 수도 있다. 국물의 섭취를 덜하게 되면 염분의 섭취량을 크게 줄여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석대 부속한방병원 강세영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