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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조리와 복주머니

노상준 …남원학연구소

 
세시풍속이란 일상생활에 있어 계절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되풀이 되는 민속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민속행위 중에 새해 설날 날이 밝기전 이른 새벽에 조리를 사문위에 걸어두면 한 해 동안 복이 많다고 하여 민가에서는 "복조리" 걸기를 하는 풍속이 있다. 섣달 그믐날 자정(子正)이 지나면 복조리 장수들은 조리를 짊어지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복조리 사세요」를 외친다. 그때 주부들은 나와서 조리를 산다. 복조리는 일찍 살수록 좋다고 하여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복조리를 사려고 애를 쓴다. 또한 복조리를 살 때는 값을 묻지 않으며 거스름돈을 거슬러 받지도 않는다.

 

조리는 쌀이나 콩 등을 이는 도구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엮어 만든다. 사들인 조리가 둘이면 둘, 셋이면 셋을 한데 묶어 방문위에나 부엌에 매달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쓰기도 하며 곳에 따라서는 복조리 속에다 돈이나 엿을 넣었다가 쓰면 복이 더 많이 들어온다고 하여 가정에서는 그렇게 하기도 한다.

 

복조리 걸기는 삶에서 누리는 만족할 만한 행운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또한 설날 아이들의 설빔(歲粧)에 채워줄 예쁜 복주머니도 구입하기에 바쁘다. 복주머니에 세뱃돈을 받아 넣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부모들은 흐뭇한 기쁨을 갖는다. 복 많이 받고 잘 성장하기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원래 복주머니란 어원은 마을의 서낭당 당산제에 나갈 때 평소 차고 다니던 주머니 말고「복주머니」라 불리는 커다란 주머니를 따로 차고 나가 당산제의 제상에 올랐던 밤, 대추, 곶감, 호두 등을 나누어 담아 오기 위해 만들어진 주머니를 말하고 담아온 제물을 여러 쪽으로 갈라 온 식구에게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먹이곤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신명과 공식(共食)함으로써 병, 재환으로부터 보장 받고자 한 것이다.

 

신명의 제상에 올랐던 제수(祭需)를 복(福)이라 했고 이렇게 나누어 먹는 것을 복식(福食)이라 했다. 불교에서는 제사를 복회(福會)라하고 제상을 복전(福田)이라하며 제주(祭酒)를 나누어 마시는 것을 음복(飮福)이라 하였다. 그리고 동제(洞祭) 끝에 제수를 나누어 주던 곳이 복덕방(福德房)이라 하였다. 지금 복덕방은 부동산 매매 중개하는 곳으로만 알지만 인심이 좋아 편의를 보아주고 살아가기에 매우 좋은 집이나 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제수를 식구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담아오던 주머니가 복주머니 기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산골길에 사람들이 돌을 던져 돌무더기 서낭이라는 제단(누석단)을 쌓는 것도 바로 신명의 복을 고루 나누어 신명의 혜택을 입고자 하는 공동 참여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일년의 마지막 날을 "섣달그믐"이라하고 그날 밤은 제석(除夕)이라 부른다. 이날은 그동안 서로 거래를 하였던 모든 것을 종결하여야 한다. 남에게 빚이 있는 사람은 해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집념에서 노력한다는 것이요, 정초에는 금전이나 물건을 빌려주거나 받지 않은 습관에서 이다. 세시풍속은 농경사회에 있어서 풍년과 흉년이 사람들의 노력보다 신의 의사에 달려있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서도 길, 흉이나 재앙이나 화복(禍福)이 신의 뜻이라고 믿는데서 비롯되었던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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