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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노벨문학상 꿈은 이루어진다

은종삼  前 진안 마령고등학교장·수필가

 

흑룡의 새해를 맞이하여 KBS 대담 프로그램'TV 자서전'에서 '영원한 청년 고은'을 시청하였다. 고은 시인은 지난해 10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스웨덴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로부터 축하메시지 요청을 받고 쾌히 동영상을 보내어 스웨덴 방송에서 방영되었다고 한다. 고 시인은 그간 매년 연속 열 번이나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끝내 축배를 들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반열에 오르는데 결코 부족함이 없다. 다만 우리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이 미흡하지 않았는지 자성해본다. 그는 1958년 등단한 이래 시뿐만 아니라 소설, 평론, 에세이 ,동화 동시 번역에 이르기 까지 문학의 전 영역에서 두루 150여권의 저술을 하였다. 세계에 이렇게 많은 책을 내놓은 문호가 고은 시인 말고 또 누가 있는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창작 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만인보'는 실로 시공을 넘나드는 민족의 대서사시다. 1986년부터 25년간 무려 5천6백여 명의 실존 인물들을 시로 형상화 했다고 한다. 고조선 환웅으로부터 대통령 학생 지게꾼 창녀 거지에 이르기까지 실명 인물 중심으로 신분 종교 이념을 초월하여 겨레의 삶의 구석구석을 한글로 그려 놓았다. 실로 우리 민족의 호적부라 이를 만하다. 이는 세계문학사상 전무후무한 기념비적 역작이 아닐 수 없다. 책 머리말에서 "1980년 육군교도소의 창 없는 특감안의 어둠 속에서 착상되었지만 그 근원은 긴 전생으로서의 여수(旅愁)를 되새기게 한다."고 했다. 이점 아마도 고대의 세계적 문호가 환생한 듯싶기도 하고 또한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수용소 군도'작가인 러시아 솔제니친을 떠올리게도 한다. 시인은 70~80년대 암울했던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인권 운동가로 인간의 자유를 위해 죽음까지도 불사했던 투사였지 않은가.

 

이러한 전생으로부터의 불가사의한 이력으로 작품이 20여개 국어로 번역 출판되었고 세계 언론과 독자의 주목을 받으며 각국에서 80여 차례나 강연, 시낭송, 도서전시 등을 했다. 뿐만 아니라 하버드대 등 외국 초빙 연구교수로 쉴 틈 없이 세계를 누비며 사자후를 울리고 다녔다. 문화훈장과 스웨덴 미국 등지에서 받은 국내외 권위 있는 20여개의 상이 이를 증명하고 남음이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를 창립 했으며 최근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 세 번째 이사장을 연임하게 되었다. 실로 우리 겨레의 얼을 하나로 엮어가며 훈민정음을 세계정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2000년 뉴욕 UN 총회장 단상에서 세계평화정상회의 축시 '평화의 노래'를 낭송하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었다. 국내외 많은 비평가들은 21세기를 대표하는 100년 만에 나올까말까 한 세계적인 문호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번번이 비껴가는 까닭은 그의 진보적 성향과 출신지 배경 때문이라는 억측도 나돌고 있다. 실제 인터넷상에 고은 시인을 폄훼하는 글이 올라 있기도 하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제 우리는 성숙된 더 큰 하나가 되어야 한다. 알파벳이나 일본의 가나(がな)만이 아니고 우리 한글도 변방에서 세계어의 중심에 우뚝 서게 해야 한다. 더 이상 노벨문학상 이무기로 남아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올해 다시 흑룡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고은 시인 노벨문학상 꿈은 이루어 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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