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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와 경제학

조승규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

 

가위바위보나 홀짝게임, 야구에서의 투수와 타자 또는 축구 승부차기에서의 키커와 골키퍼 간의 심리전. 이 예시들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나의 최적선택이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그 첫째 공통점이다. 가위가 보를 이길 수는 있지만 바위를 이길 수는 없고, 직구가 주무기인 투수라도 상대가 직구에 강한 타자라면 커브볼을 던지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간단한 논리이다. 더 흥미로운 두번째 공통점은,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나의 선택이 바뀌고나면 이에 대한 상대방의 최적선택 또한 바뀌게 된다는 의사결정의 상호의존성이다. 각자의 최적선택이 서로의 선택에 따라 끝없이 돌고 도는 순환성이 여기 존재한다.

 

이처럼 의사결정자들의 선택이 상호의존적인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게임적 상황' 또는 '전략적 상황'이라 부르고, 이런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자들의 행태를 연구하고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이 나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대안들을 연구하는 학문이 곧 '게임이론'이다. 예를 들어 농구에서의 자유투는 개인능력의 문제이지만, 승부차기에서 키커와 골키퍼가 각각 어느 방향으로 킥 또는 점프를 할지에 대한 선택은 게임적 상황이다.

 

승부차기에서 키커가 찬 공이 골라인에 이르는 시간은 0.3초 미만이다. 골키퍼가 날아오는 공의 방향을 보고 움직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에 쌍방간 고도의 심리전이 승패의 핵심이 된다. 골키퍼가 좌우로 점프할 확률이 반반이고 이때 키커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찼을 때가 왼쪽으로 찼을 때보다 골성공률이 높다고 하자. 이를 아는 골키퍼는 전략을 수정하여 키커의 오른쪽방향으로 점프를 하고자 할 것이다. 이를 간파한 키커는 본래 자신이 약한 쪽이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고려하여 왼쪽으로 킥을 하고자 할 것이고, 이를 고려한 골키퍼는 다시 전략을 수정할 것이다. 양자간 최적선택의 순환에 끝은 보이지 않는다.

 

위의 상황에는 나의 의중이 상대에게 읽히는 순간 내가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특성이 존재하고, 따라서 나를 예측하지 못하도록 상대방을 혼돈시키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것도 단순한 무작위적 혼돈이 아니라, 나의 혼돈전략에 대해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추가적 승산이 가능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게 핵심이다. 키커의 입장에서는 골키퍼가 어떤 방향으로 점프를 하더라도 그의 방어율을 똑같아지도록, 그리고 골키퍼의 입장에서는 키커가 어떤 방향으로 킥을 하더라도 골성공률에 차이가 없도록 최적의 확률로 혼합해야 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게임이론에서 '혼합전략 (mixed strategy)'의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각각의 킥/점프방향 조합에 대한 골의 성공률/방어율이 주어지면 수학적으로 키커와 골키퍼의 이론적 최적혼합전략을 쉽게 계산해낼 수 있다. 문제는 이론이 실제에도 부합하느냐 하는 것인데, 최근에 런던정경대학의 경제학자 Palacios-Huerta에 의해 그 부합성이 입증된 바 있다.

 

이 학자는 유럽프로축구의 1417개 승부차기 자료에서 키커와 골키퍼들의 킥 및 점프방향을 각각 좌/우/중앙 세 방향으로 분류하여 얻어진 총 9개의 조합들에서의 평균 골성공률에 대한 데이터를 얻는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각 방향에 대한 키커와 골키퍼의 이론적인 최적혼합전략을 계산한 후, 경기에서 실제로 관찰된 프로선수들의 행동과 비교한다. 그 연구결과는 놀라웠는데, 이론적 예측치와 선수들의 실제행동은 1% 이상의 오차도 없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경제학자로서 게임이론의 실효성에 대한 자부심도 뽐낼만 하거니와, 아마도 학창시절 게임이론을 습지할 여력이 많지 않았을 프로선수들의 합리성 또한 경이롭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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