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중앙중 교사
TV 자막 테러가 짜증의 극치다.
아날로그 TV 방송은 보지 말라는 것인가, 빨리 디지털TV로 전환하라는 압박인가. 아날로그방송 중단 홍보 자막이 TV화면을 절반 가까이 20분여 넘게 계속 가리고 있어서 도저히 시청을 못할 지경이다. 방통위는 자막 안내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이건 시청권을 방해한 테러에 가깝다.
선호하는 프로그램의 결정적 시간과 장면에서 장시간 자행되는 자막테러.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끼침으로 어쩔 수 없이 빠른 전환을 유도한 방법일까.
그 흔한 플래카드 하나 걸리지 않고 교육과 홍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행되는 화면 범벅현상. 짙푸른 배경에 하얀 글씨로 쓰인 자막은 송출되는 화면과 캡쳐되어 화면은 더 이상해진다.
'보고 계신 아날로그 TV는 앞으로 정상적인 시청이 어려우니 선명한 화질로 자막 없이 시청하려면 바로 정부 지원을 신청하세요'라는 장문의 자막이 자주 또 오래 화면을 덮어버린다.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국내 가구가 아직도 50만5000으로 전체 가구의 3.2%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구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디지털 컨버터를 대여하거나, 디지털TV를 구매하는 등 디지털 전환 준비를 해야 방송을 계속 시청할 수 있다. 방통위는 6월까지는 전체 화면의 50% 이내에서, 7월부터는 50% 이상으로 안내 자막의 크기도 키울 계획이란다. 이것은 횡포에 가깝다. 하루에 90분 가까이 송출되는 고지는 안내 자막이 아니라 자막 테러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무료로 준 것이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2만원을 내면 컨버터를 대여할 수 있고, 이후에 디지털 TV를 구매하고 내년 3월까지 컨버터를 반납하면 2만원은 환급된다고 하며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가정의 경우 디지털TV 구매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결국 어쩔 수 없어서, 아니 너무나 불편해서 며칠 전 멀쩡한 TV를 두고 짜증이 나 디지털TV를 예정에도 없이 구매했다. 굳이 새로 구입할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더 짜증나는 것은 새로 구입한 TV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왕짜증이다. 구매처에 A/S를 신청하여 확인한 사연인즉 아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다른 아파트 눈치 보느라 디지털 TV 공시청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나 가야 설치될 것 같다고 하니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디 있는가. 연말까지 버티면 TV가격도 더 떨어질 턴데 괜히 자막 안내 때문에 TV만 교체하면 되는줄 알고 쓸모없이 구입한 꼴이 아닌가. 이제야 대형 마트에서도 부랴부랴 유선방송 시청료도 없이 지상파 100여개 채널이 무료, 에니메이션 스포츠 생중계도 무료, 휴대폰과 PC 동영상과 사진도 무료, 인터넷도 볼 수 있는 스마트 TV가 반값에 도전한다며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으니 서둘러 구입한 것이 후회막급이다.
철저한 기반을 먼저 마련하고 홍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래저래 마음만 상한 TV시청, 이 마당에 아예 TV와는 담을 쌓아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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