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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당선자의 숨은 힘 '내조' - 그들의 '입성' 뒤엔 알뜰한 지원군 '여보'가 있다

집안일 도맡으며 TV 토론 모니터링 / 유세현장 곳곳 함께 '고생길' 자처 / '무한 지지·신뢰'로 배우자 힘 복돋워

  민주통합당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선출대회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기호 3번 김한길 후보가 아니라 ‘기호 9번’인 ‘최명길 후보’다. 김 후보의 아내 최명길씨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재킷을 입고, 사진 촬영 때 마다 3번을 강조하며 손가락 세 개를 편 채 포즈를 취하는 등 적극적 내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내조’가 진화하고 있다. ‘바깥일’ 하는 남편이 ‘집안일’ 신경 쓰지 않게 살림과 양육을 완벽히 한다는 의미의 고전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내조로 도내 19대 국회 입성을 도운 숨은 얼굴들을 만나봤다. 국내 최초로 최규성 의원(김제·완주)과 ‘부부 국회의원’으로 등극됐던 이경숙 전 의원부터 멀리서 지켜보면서 드러나지 않는 조력자 역할을 자처한 김규경 씨까지 내조의 유형은 각기 달랐다. 전정희 의원(익산을)의 유세는 물론 건강까지 보살폈을 한의사 남편 강병기 씨는 청일점. 이상직(전주 완산을)·강동원(남원·순창) 의원의 아내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터뷰에 응하질 않았다.  

 

 

▲ 강병기씨(전정희 의원)

■ "경상도 싸나이도 자상합니더" 조력가

 

 ‘경상도 싸나이’ 강병기(57·공도한의원 원장)씨는 부인 전정희 의원의 자상한 조력가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꼼꼼한 답변과 함께 만만치 않은 삶의 내공을 보여준 수필까지 보내왔다. ‘외조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아내가 살아온 원칙이 무너지지 않도록 격려한 게 전부였다”며 겸손해했다.

 아내가 처음 국회의원 출마를 꺼냈을 때 그는 ‘조건적 찬성’을 했다. 떳떳하고 깨끗하게 살기엔 현실적으로 정치판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고, 차세대 여성 정치인 교육을 해온 삶의 궤적을 볼 때 정치는 언젠가는 넘어서야 할 ‘무엇’으로 간주했다.

 “지명도가 낮은 사람이 자신의 장점을 알려서 좋은 여론을 만들어가기엔 우리에겐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 열세를 느꼈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울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어떤 순간에도 좀체 흔들림이 없었던 전 의원도 그 순간엔 표정이 어두웠다. 평소 차분하고 논리정연한 아내의 모습을 존경했다는 그는 선거 이후 아내가 한 인간으로 남편에게 받는 존경을 더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회의원 남편’이라는 타이틀을 달가워하진 않았다. (원광대 한의대) 교수였을 땐 교수가 그의 직업이었고, 한의원 원장이 또 다른 직업이 됐듯, 그가 아닌 아내가 해온 일이 바뀌었을 따름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진솔한 삶을 살자”는 다짐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다만 전 의원 만큼이나 그의 행동에도 책임감이 가중됐다는 게 달라진 대목. 시장에서 나누어준 명함이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순간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지지자를 찾아다녀야 했던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살자고 덧붙였다. 혹독한 시련 뒤에 굳은 땅에서 이들 부부는 새 출발을 하고 있다.

 

 

▲ 김선임씨(김윤덕 의원)

■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 모르게"조용한 배려자

 

 김윤덕 의원(전주 완산갑)의 아내 김선임(45)씨와 이춘석 의원의 아내 김태은(47)씨, 유성엽 의원(정읍) 아내 나수영(49)씨는 조용한 조력가면서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는 형이다. 셋 모두 가정주부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김선임 씨가 꺼낸 첫 마디는  “선거 기간 장사 잘 안 되는 가게의 상인들이 제일 안쓰러웠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간호사로 근무해서인지 측은지심이 강했다. 가정의 헌신이 요구되기 때문에 김윤덕 의원의 정치 입문이 마음에 걸렸으나, 결국 김 의원의 열성에 손을 들어주고야 말았다.

 

 “성실함을 믿었어요. 일단 누군가를 믿으면 끝까지 책임져주려고 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반면 아니다 싶을 땐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하거든요. 어떤 상황에서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남편이 유독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싶은 날에는 말을 잘 걸지 않고 지켜봐주는 편.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닌 터라 술과 담배를 제발 좀 끊으라는 잔소리도 자주 하진 못한다. 숫기가 없어 남편 대신 가는 행사장·경로당은 아직 적응이 덜 됐다. 그래도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보면서 “건강한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라며 훈련 중.

 

 

▲ 김태은씨(이춘석 의원)

 김태은 씨의 좌우명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 한국이 ‘정치 건망증’이 심하긴 해도, 결국 정치는 민심을 읽어주는 게 아니던가. 복잡다단한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이춘석 의원을 위해 남편의 말 못할 고충을 잘 들어주고 헤아려주는 데 신경 쓴다. 때론 적당히 넘어갈 때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씨도 안 먹힌다. 매주 교회에서 남편의 기도를 빠지지 않고 챙기는 이유일지도. 

 

 

▲ 나수영씨(유성엽 의원)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유성엽 의원 부인 나수영 씨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미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졌는데, 그 뜻을 꺾을 수도 없는 일. 특히나 남편의 빈자리 대신 집안의 대소사를 챙겨야 했던 그는 서운함을 누르고 아이들의 투정도 대신 받아준다. 희생 없이는 가정이 유지되질 않기 때문이다. 

 

 

▲ 이경숙씨(최규성 의원)

■ "아내는 가장 가까운 야당" 지도자

 

 이경숙 전 의원(59)은 남편 못지않게 잘 나가는 여장부다. 부부 동시 입장이라는 파격적 결혼식 감행, 국내 최초 부부 국회의원 등극 등 그는 어딜 가나 화제를 몰고 다닌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에 몸담았기에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그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하필이면 기존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하늘을 찌를 무렵  “캠프에 늦게 합류해서 마음이 두 배, 세 배는 더 바빠졌다.”

 그는 표심이 확연히 다르다고 판단한 지역을 구석구석 훑고 다녔다. 선거운동 기간에 갑작스레 연단에 불려나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도 순발력 있는 재치로 위기를 모면. 30년 간 여성운동 현장을 누비며 각종 현안을 고민해왔던 그는 최규성 의원의 TV 토론회를 모니터하면서 비판적 조언자 역할도 서슴지 않았다. 최 의원의 입에서 “아내는 가장 가까운 야당”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 송애란씨(박민수 의원)

■ "민요 한 가락, 민심 공략" 똑 소리 나는 낙천가

 

  “1900곳 경로당을 한 곳도 빠짐없이 돌았어요. 대개 70~80대 어르신이었죠. 그런데 인사만 드리고 나오기가 너무 민망한 거에요. 전공이 성악이라 민요를 부르기 시작했죠.‘‘이쁜’ 각시가 왔다’며 엄청 반겨주셨어요.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이 쯤 되면 ‘송 후보(송애란·45)가 남편(박민수 의원, 진안·무주·장수·임실)의 외조를 받는 게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법 하다. 그의 선전에 어르신들은 “당선되면 남편과 다시 오라”고 당부, “학교가 쉬는 겨울방학에 다시 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난생 처음 선거를 준비하면서 웃지 못 할 일들이 많았다. “외모에 신경 안 쓰기로 유명한 단벌 신사” 남편 덕분에 “아내가 너무 안 챙긴다”고 욕도 많이 먹었다. 박 의원이 개량 한복을 입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지난 22년 간 무주 장수 임실 등을 돌면서 교단에 지켰지만 선거 현장에서 만난 제자가 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낀 그는 “서울로 떠난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게끔 만들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젊은이들이 되찾는 고향으로 만들기 위한 첫 단추가 이제 끼워진 셈이다. 

 

 

▲ 오명숙씨(김춘진 의원)

■ "우리 의원님" 충성가

 

 김춘진 의원(고창·부안) 부인 오명숙(57)씨는 말끝마다 “우리 의원”을 강조했다. 전 김대중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그가 정계에 입문한 데에는 이처럼 무한 신뢰를 보낸 아내의 역할이 크다. 올해로 3선 성공을 이뤄내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일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투표 격려. “경선 때 너무 힘을 빼서 선거기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부창부수라 했던가. 어떤 일이건 슬렁슬렁 못하는 완벽주의자 남편이나 맡겨진 일은 해내고야 마는 아내는 비슷하다. 김 의원이 넌지시 “정말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오늘 바빠서 못가겠다”고 운을 띄우면, 그는 다른 일을 제쳐두고라도 꼭 다녀오는 식. 오 씨는 우스갯소리로 “거의 가정을 버렸다”고 웃었지만,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 목영숙씨(김관영 의원)

■ "남편의 유일한 컨트롤러" 중재자

 

 김관영 의원(군산)의 아내 목영숙(43)씨는 유일하게 남편의 정치인 생활을 반대한 사람이다. 2년 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시 3관왕을 차지한 남편의 남다른 의지력 때문에 기꺼이 ‘고생길’을 자처했다. 초·중학교에 재학 중이라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두 아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착한 아이들은 너그러이 이해해줬다.

 목 씨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믿는 편이다. 평소에 잘 웃던 남편의 표정이 심각해질 때면  “당신, 오늘 너무 잘 했어요” , “한수 위네요” 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TV 토론회에선 표정이 경직되거나 고개가 약간 기울면, 아내가 입 꼬리를 올리는 손동작을 전해주기도. 그  순간 김 의원을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아내다.    

 

 

▲ 김규경씨(김성주 의원)

■ "나서기 보다는 지켜보는 쪽" 사색가

 

 김성주 의원 부인 김규경(48)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근무하는 익산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김 의원의 존재를 거의 모른다. “남편이 하는 일을 반대하진 않았으나, 정치인의 아내를 원하지는 않았다”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소리 소문 없이 도왔다. 좀체 화를 내지 않고 자상하면서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의원직에 잘 맞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평소 좌우명대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그만의 조용한 내조는 어려운 상황에서 더 빛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상황은 ‘절대 사절’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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