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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원으로 살아가기

진선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한지 두 달 째. '국회의원' 이라는 호칭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렇게 불리우는 데 적응해 가고 있다.

 

'국회의원 진선미'

 

살면서 이런 호칭으로 불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번에 비례 대표 제안을 받아들일 때 까지,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꿈 꿔 본 적이 없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호주제 위헌소송'에 뛰어들었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 성소수자, 여성 인권에 관련한 변론들을 하면서 벽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변호사로서 그들을 대변하는 것 만 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이 사회의 굳어진 편견들을 대할 때는 좌절감도 느꼈다. 내 그런 고민을 이해하는 선배와 동료들은 '아예 네가 정치인으로 나서라' 고 조언하기도 했다. 시스템의 벽에 부딪친다면 아예 그 안으로 들어가서 바꾸라면서.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손사래를 쳤지만 어떤 운명인지, 이제는 이렇게 정치인의 길로 이끌려 와 있다. 새로운 역할이 주는 스릴도 있지만 책임감이 더 무겁다. 잘 하고 싶은 만큼 고민도 크다.

 

행정안전위원회, 운영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이 세 개의 상임위 활동이 국회에서 맡은 나의 주요 임무다. 특히 운영위원회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관련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는 다른 인권선진국에서도 찬사를 받았던 자랑스럽고 독보적인 정부기관이다.

 

하지만 그런 찬사도 이제 과거형으로 밖에 말 할 수가 없다. 지금의 인권위는 어떤가? 인권위를 위해 일 할 사람들이 떠나고 있고 인권활동가들은 의식 없고 퇴행적인 이 정부의 인권위와 절연한 채 각자 외치고 있을 뿐이다. 쉽지 않겠지만 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이 정부 인권위의 문제점을 짚어 나가고 인권위로서의 참된 역할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최근엔 또 하나의 역할을 맡았다. 바로 문재인 의원의 대통령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서의 활동 때문이다. 처음 제안을 들었을 때는 사양했다. 초선 의원인데다 내 역량이 그 일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정치인으로서 경력도 일천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정치권에 부채가 없는 신인이라는 점, 스스럼 없고 사람 좋아하는 내 성격이 대변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여겨진 듯 하다. 게다가 정권교체라는 큰 사명에 내 작은 힘이라도 잘 쓰여진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대변인 직을 받아들였다. 요즘 의원으로서 내 업무 외에 문재인 후보님과 함께 하는 일정이 많다. 체력적으로는 좀 고되지만 훌륭한 분과 함께 하게 되니 마음은 뿌듯하다. 정권교체의 그 날, 12월에 크게 웃을 것을 상상하면서 즐겁게 임하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에 열 개가 넘는 일정들이 내 일정표를 꽉 채운다. 어떤 날에는 십 분 단위로 일정이 잡히기도 한다.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어 잠자리로 뛰어들고 싶을 때도 있지만 다음 날을 위해 읽어야 할 자료들이 쌓여 있다. 그렇게 힘이 들 때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고 말씀 드렸을 때 너무나 좋아하시던 어머니. 10여 년 전에 변호사가 되었을 때도 '순창 촌년이 출세했네~' 라며 웃으시던 우리 어머니. 당신의 막내 딸이 나라 일을 맡았다는 게 마냥 자랑스럽고 좋기만 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앞으로의 4년도 그런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힘들 때면 순전하게 나를 사랑해주고 기대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미소 지으면서.

 

※진 의원은 순창 출신으로 성균관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인권 변호사로 일 해 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여성인권위원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법률사무소 이안 공동대표 변호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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