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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창술(金昌述) 편 - 민족해방 꿈꾸었던 진보적 저항시인

▲ 20대 초반의 김창술 시인.
창 앞에로 한 마리 비둘기가 날렀다.

 

마음으로 당신의 생각이 지나갔다.

 

비둘이 날개가 공기에 구멍을 뚫었다.

 

생각의 주둥이가 심장(心臟)의 피를 흘리었다.

 

창 앞에로 한 마리 비둘기가 날렀다.

 

마음으로 당신의 생각이 지나갔다.

 

-「구鳩」전문(조선일보, 1925)

 

'비둘기'처럼 자유를 향해 '공기에 구멍을 뚫거나' 솟구치지 못한 화자는 '심장의 피'를 흘리며 내출혈을 앓고 있다. 그 앞에 '창(窓)'이 가려 '주둥이'가 매번 '피를 흘릴'뿐이라는 좌절과 절망, 이렇게 당신과 하나가 되지 못해 분리되어 있는 화자의 심정을 '비둘기:창',' 나:당신'이라는 객관적 대칭구도를 보임으로써 김창술 시인은 1920년대 한국시사에서 새로운 이미지스트로서의 선구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1920년대가 주관적 감정의 토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절임을 감안하여 볼 때, 김창술의 이러한 표현 기법은 실로 참신한 발상과 생동감 있는 이미지의 형상화가 아니었던가한다.

 

절대로 평등인 큰 길 위에 네 활개를 벌리고 활보한다.

 

차별이란 한 푼어치도 없고 큰 길 위에는

 

乞人-貴族- 賣淫女- 貴婦人- 勞動者- 資本家- 모두가 자유로 걸어를 간다

 

이세상어느곳에이나오즉이길만은평등주의자다

 

염치빠진 이세상에는 길만이 거룩한 성자이다.

 

-「大道行」에서(『개벽』 1925, 2)

 

1902년 전주시 중앙동에서 출생하여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봄」이 당선 되고, 동년 「大道行, 「촛불」 등을 『개벽』지에 발표하면서, 김창술은 이후 일제의 침략이 심화되어 가자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의 맹원으로 가담하여 계급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 근로 대중의 불안과 고통에 대한 반항 정신을 반영한 수많은 프로레타리아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그는 이처럼 민족의 현실을 직시한 비판적 리얼리즘 성향으로 민족해방을 위한 문학 운동 전선에서 앞장서 활약했던 1920년대 진보적 시인이었다.

 

 

봄이 온다고 조와서 발버둥친다

 

멋도 모르고 사내와 개집들....../.../

 

나물 소코리 옆에 끼고

 

논두렁 밭두렁 사뿐히 다니며

 

나물을 캐는

 

언년이와 언놈이/.../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고생이 보인다.

 

봄이 온다고 떠들지 마라

 

봄 쓰라림이 또한 있나니

 

-「푸른 하늘」부분(조선일보,1925. 4)

 

일제침략기 한국의 문학이 병약한 식민지 종속 문학으로 굴절되어 가고 있을 때, 이처럼 민족적 각성을 촉구한 항일 민족시가 이 무렵에 발표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일제의 협박과 회유에 순치되어 가는 젊은이들에게 일제는 더 이상 우리의 동지가 아님을 경고하면서 망국민으로서의 슬픔과 자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초기 시는 개인적 서정의 감상에서 출발하였으나, 점차 민족의 현실을 직시, 계급타파와 민족 해방을 꿈꾸었던 일제침략기 이 고장의 진보적 저항 시인이었다고 본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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