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본부장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인의 모습을 묘사한 한 그림을 최근 본 적이 있다. 그림속의 중국인은 배가 나왔지만 머리는 멍한 상태의 모습이었다.
그 그림은 물질적인 경제 성장속에 배는 불러 있지만 그만큼 정신적으로 황량해져 가고 있는 오늘날 중국인의 모습을 잘 대변해 주었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인들에게 물질적 경제성장이 가져 오는 정신적 황폐함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우리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그림속 중국인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잘 살아 보세'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지난 50여년동안 빠른 경제 성장속에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이뤄냈다.
자동차와 먹거리가 넘쳐 나고, 빨래·취사·설겆이의 살림부터 각종 사무까지 기계화돼 편리함을 구가하고 있다.
반면 정신적인 중요한 가치들을 잃어 버렸다.
자아를 상실한 채 오직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남에 대한 배려심등 인간성이 실종됐고 , 돈만 있으면 '정의'마저 살 수 있는 금전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오직 돈을 위해 부모까지 살인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마저 발생하고 있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없는 자'의 호주머니를 털고, '없는 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사회적으로 분출, 묻지마 살인등 각종 사회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이기주의가 판을 치면서 학교폭력과 성폭력이 횡행하고 있으며 자살등 이해할 수 없는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이같은 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 자신은 물론 이웃·형제·자녀일 수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남의 일로 치부하기 일쑤, 범죄의 근원적인 '본질의 치유'에는 관심없고 '현상의 치유'에만 몰두하고 있다.
성폭력범에 대한 전자팔찌착용·화학적 거세, 학교폭력 가해자의 학생생활기록부 게재·전학조치, 강력범에 대한 형량제고, 자살방지를 위한 자살예방법 제정 등….
폐암이 걸려 기침이 나오는 데 '본질인 암덩어리'를 제거하려 하지 않고 '현상인 기침'만 해소하기 위해 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다.
각종 사회 범죄와 자살에 대한 본질적인 치유를 위해 '인문학의 교육강화'라는 처방전이 필요하다.
문학·사학·철학으로 대변되는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아름다운 시(詩) 한 구절은 영혼과 정신을 풍요롭고 맑게 해 주고, 철학자의 말 한마디는 사고의 명석함을 부른다.
역사는 선인(先人)들의 삶을 통해 삶과 재물의 무상함을 일 깨워줘 인생의 나아갈 바를 알게 해 준다.
인문학은 깊은 산속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과 같다. '참, 좋다!'하면서 영혼과 정신을 맑게 하는 학문이다.
행복·불행·삶·죽음·보람있는 인생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함으로써 이기심을 내려 놓고 남을 배려할 줄 알게 하며 자아를 찾게 해 주는 학문이다.
그런데도 인문학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팽겨쳐져 있다.
대학교는 물론 중·고교도 인문학을 뒷전으로 제쳐 놓고 돈이나 좋은 직장과 직결된 교육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중·고교 시절부터 인문학의 교육을 강화해 봄이 어떨까. 중국인을 묘사한 그림을 그냥 흘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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