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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탕평 인사와 호남

김종표 정치부장

▲ 김종표 정치부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주 새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시작으로 조각(組閣) 인선 발표에 들어갈 것으로 예고됐다. 총리와 경제부총리·각 부 장관 등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우선 새 정부 첫 총리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전북 출신도 일찌감치 2∼3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실패 등으로 새해 화두를 어느 때보다 무겁게 시작한 도민들의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 지 관심이다.

 

현 제41대 김황식 총리에 이르기까지 역대 국무총리 중 전북 출신으로는 제16대 김상협 총리를 비롯해서 진의종·황인성·고건, 그리고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한덕수 총리를 꼽을 수 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사실상 실질적 권한이 없었던 총리직의 경우 호남 달래기 차원에서 전북인이 적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국가 주요 정책을 좌우하는 정부 부처 장·차관 등 요직에는 전북은 물론 호남 출신을 찾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주 출신으로 알려진 한덕수 전 총리는 국무총리실 홈페이지 역대 총리 소개란을 꼼꼼히 살펴도 전북과 관련된 사항이 없다. 본적은 서울이고 학력과 경력란에서도 전북과는 도무지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본인도 적극적으로 전북인임을 자처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무대에서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을 애써 밝히지 않거나 숨기는 게 처세술로 통했다는 점에서 일면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만큼 호남 출신 인물들이 주요 공직 인사에서 소외됐다는 증거다. 인사 때마다 흘러나오는 '호남 몫'이라는 표현도 이런 점에서 씁쓸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의 대탕평 정책을 놓고 말 그대로 능력이 기준이라면 출신지는 이제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물의 능력과 쓰임새를 출신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백번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선뜻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 그 배경과 현실 때문이다. 대탕평 정책이 특정 지역(대구·경북)에 대한 역차별로 가서는 안될 것이라며 잔뜩 경계하는 목소리와 맞물려 있어서 더욱 그렇다. '능력 우선'을 주장하면서도 결국 출신지는 따지겠다는 의미다.

 

조선 영·정조 시대의 탕평책이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쑥 튀어나온 배경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국정운영 기조로 국민대통합과 대탕평 인사를 외쳤다. 특히 호남에서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 지역균형발전과 탕평 인사를 강조하면서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도 했다. 이명박 정권 초기 '고소영 인사'로 대변되는 지역 편중 인사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다분히 호남 민심을 염두에 둔 약속이다. 유권자들도 호남인재 중용의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대선 직후 호남 총리론이 부상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남 총리론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총리 한 사람을 호남 출신으로 기용한다고 해서 대통합이 되는 것은 아닌 만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통해 호남을 배려하는 게 훨씬 낫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한 출구 찾기가 아니길 바란다.

 

탕평은 산술적 형평이 아니라 그동안 차별받아온 소수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 그 토대가 돼야 한다.

 

국민대통합 시대는 결국 인사에서부터 시작된다. 또 진정한 통합은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그 출발점이다. 더 이상 출신지가 공직 인사의 잣대가 되지 않는 시대를 위해 새 정부가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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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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